27일 정부와 가전업계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내년 1월 3일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ITC가 발표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에 대해 삼성전자·LG전자·월풀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행정부의 통상압박에 현지 생산기지 구축으로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LG전자는 테네시주에 가전공장을 짓고 있다. LG전자는 창원공장이 최대 가전생산기지였지만, 미국공장 완공 후엔 일부 물량을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1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서 모두 120만 대 이상의 세탁기를 판매할 경우 초과물량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권고조치를 결정했다. 권고안은 향후 3년간 매년 120만대를 초과하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첫 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2년차엔 45%, 3년차엔 40%를 적용하는 저율 관세할당(TRQ)을 담고있다.
한국산 가전·반도체·자동차는 뛰어난 품질 뿐만 아니라 가격대비 성능(가성비)이 강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에 따라 관세가 부여될 경우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ITC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반도체업체 특허 침해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통상압박이 반도체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에 판매하는 반도체를 개발하는 단계에서 특허를 피하거나 우리의 기술로 획득한 특허가 사용되고 있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따른 한국산 자동차 관세 부활을 우려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내년 초부터 1차 협상을 시작으로 3~4주 간격으로 상품·서비스·투자·원산지·비관세조치 분야 후속협상을 진행한다.
한국산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할 때 기존 협정에 따르면 관세가 붙지 않는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일본 자동차보다 10~15%가량 가격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유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을 울산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낸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다소 부담이 적지만, 미국과 멕시코의 아슬아슬한 관계가 향후 위험요소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미 FTA에서 미국을 설득할 논리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무관세 혜택이 시장 확대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논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직전인 2011년과 작년 1~8월을 비교해 보면 미국 시장 내 한국차 점유율은 2011년 8.9%에서 올해 7.6%로 1.3% 포인트 떨어진 반면 일본은 같은 기간 35.0%에서 39.1%로 4.1% 포인트나 증가했다. 유럽도 8.9%에서 9.0%로 소폭 늘었다. 반면 한국 내 미국차 시장점유율(9.0%)은 같은 기간 0.4% 포인트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