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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브랜드의 패딩을 입은 학생들이 어떤 계층에 속하는지 제품별로 설명한 것으로, 가장 대중적인 모델을 입은 학생은 일명 ‘찌질이’로 불리는 최하 계급부터 70만원대 제품을 입은 학생은 대장 계급 등으로 서열을 나눴다.
당시 고가 패딩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학생들 간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기도 했다.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한다는 의미의 ‘등골브레이커’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패션 트렌드가 돌고 돌 듯 말도 유행을 타나 보다. 요즘 또다시 ‘등골브레이커’가 회자되고 있다. 올해 ‘평창 롱패딩 대란’으로 롱패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중고생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억에서 잊혀져 가던 ‘대장급 패딩’이라는 단어도 소환됐다. 그런데 이전과 다른 점은 패션업체가 이를 전면에 내세워 알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K2가 이번 겨울 시즌을 맞아 내놓은 헤비다운 ‘코볼드’ 제품 출시 자료에는 ‘대장급 패딩’ ‘대장급 헤비다운’ ‘대장급 다운’ 등이 수차례 언급돼 있다.
사실 패션 브랜드가 자사 제품에 대해 스스로 ‘대장급 패딩’이라고 칭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고급’ ‘프리미엄급’이라는 단어가 난무해 차별성이 없어진 상황에서 젊은층 고객의 눈길을 잡기 위한 차원이거나 한겨울 칼바람에도 움츠리지 않고 당당하게 다닐 수 있는 보온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장급 패딩’이라는 말 자체에 옷을 통해 계급을 나누는 등 서열화를 부추기는 요소가 분명히 드러나 있고, 앞서 고가 패딩이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사회적 비판을 받아왔음을 감안하면 이를 버젓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일부러 논란을 만들려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