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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은 기술혁신의 과정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고 과학을 활용하면서 점차 영역을 넓혀 나갔다. 새로운 재료, 원자재를 찾아 활용하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산업화했다.
지금 인류가 풍요롭게 누리고 있는 물질문명은 증기기관을 활용한 공업화에 이은 자동차, 전기, 화학 공업의 기술 혁신에서 비롯됐다. 이를 주도한 나라는 독일과 미국이었다. 1867년 내연기관이 처음 등장한 이후 1876년 독일에서 디젤 엔진이 발명됐다. 1896년에는 4기통 자동차가 처음 판매됐다. 그 주인공은 32세의 헨리 포드였다.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훗날 자신의 이름을 따 ‘포디즘’이라고 불리게 될, 매우 혁신적인 생산 방식을 고안했다. 포디즘은 간단히 말하면 컨베이어 벨트로 길게 이어진 대규모의 자동차 조립, 생산 라인이다. 효율적인 생산 체계를 구현하기 위해 고심하던 포드는 당시 미국 최대의 우편 회사에서 물류 체계를, 시카고의 거대한 도축장에서 라인 생산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포디즘은 포드 공장의 노동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완성된 자동차가 공장 안에서 밖으로 그야말로 물 흐르듯 튀어나왔다. 포드의 대표작인 ‘T형 자동차’는 한 대를 만드는 데 원래 750분이 걸렸으나 컨베이어 벨트에 올린 뒤부턴 93분으로 제작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이러한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 컨베이어 벨트는 지금은 전 세계 어느 공장을 가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지만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인 장치였다.
부품생산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부품을 규격화하고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밀도를 높였다. 이는 정밀한 기계를 통해 이루었다.
자동차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자 차의 가격도 그만큼 낮아졌다. 포드가 1908년 최초의 T형 자동차를 세상에 내놓을 무렵, 다른 회사의 자동차 값은 평균 2000달러였다. 포드는 이때 T형 자동차를 불과 825달러에 내놨다. 그 뒤에도 T형 모델은 생산성이 올라가 가격이 계속 내려갔고, 1913년에는 550달러, 1920년에는 255달러에 판매됐다. 값싸고 질 좋은 자동차가 시장에서 무섭게 팔려 나갔음은 물론이다.
포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포드는 차의 값을 낮추면서 임금을 올렸다. 1910년대 미국의 철강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12시간을 일하고 1달러를 받았는데, 포드는 자신의 노동자들에게 하루 8시간 일을 시키고 5달러를 줬다. 새로운 생산 방식으로 생산성이 높아진 결과가 임금 인상으로 연결된 것이다. 1910년대 하루 8시간 노동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높은 임금을 받게 된 포드 공장의 노동자들은 돈을 모아 자신이 생산한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었다. 당시에 자동차는 부유한 사람들이 구입할 수 있었던 상품이었다. 그런 고가의 자동차를 노동자가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포드의 대량생산 방식에 의한 혁신은 부유층의 상징이었던 자동차를 대중적인 생필품으로 자리 잡도록 했다. 이는 소비자의 편익을 획기적으로 높인 진정한 산업혁명의 성과라고 하겠다.
우리 사회에 4차 산업혁명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혁신은 소비자의 편익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그 성공이 판가름 난다는 점을 포드 자동차가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