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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대, 사상누각 될라” 위기감 커지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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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17. 12.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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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코스피가 연내 2600선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기업들 사이에선 지나친 낙관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20%에 육박하는 반도체 의존형 수출산업 구조와 정부의 단호한 대기업 압박 기조, 여전히 불확실한 글로벌 통상현안 등이 언제라도 우리 경제를 하락 반전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는 지난 2년간의 수출 마이너스 성장을 극복하고, 플러스 전환에 기여한 공을 인정해 총 600명에 대한 정부포상을 실시하고 총 1153개사에 ‘수출의탑’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부진한 수출실적에 2015·2016년 모두 우울했던 ‘무역의 날’이 이번만큼은 잔칫집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최근 금융당국이 기준금리를 1.50%로, 6년5개월만에 0.25%포인트 인상한 것과도 연결된다. 수출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금리인상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평가다.

하지만 기업들은 우리 경제 발목을 잡을 폭탄이 곳곳에 산재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장밋빛 전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추가 금리인상을 검토하겠다는 당국의 발언에 대한상공회의소가 즉각 입장자료를 내고 “경기회복의 온기가 일부 업종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금리인상 기조로의 전환에는 신중을 기해달라”고 호소한 배경이기도 하다.
◇ ‘사상 최대’ 韓 수출… 반도체 의존도는 20% 육박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실제로 3분기 누적 한국 수출은 5248억달러로, 전년대비 16.5% 급증했다. 11월 수출은 역대 11월 중 가장 좋았고 누적기준으로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실현했고 역대 최단기간 내 연간수출 5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2년여간 뒷걸음질만 치던 우리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된 건 지난해 11월부터다. 이는 반도체가 메모리단가 상승으로 사상 최대 월간 수출실적을 갈아치우기 시작한 때와 거의 일치한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내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반도체 산업 의존도는 2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 수준에 불과했던 반도체 비중은 올해 17.0%로 점프하고 내년엔 19.9%까지 뛸 것이란 분석이다. 단일상품 수출 비중이 이렇게까지 높아지는 건 국내수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산업연구원측은 “내년 반도체 수출을 제외하면 우리의 총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8% 감소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퍼 호황을 맞은 반도체 산업이 우리 산업 전체를 견인하고 있지만, 심각한 인력유출로 인한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상황을 봤을 때 내년까지 호황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으로의 반도체 인력유출이 심각한 상태라, 2019년엔 어떻게 달라질 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 ‘최저임금’ ‘통상압박’ 완충장치 없는 대내외 충격파
당장 국내에선 한달 앞으로 다가온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압박이 시작된다.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전년비 16.4% 오르게 되며 이에 따라 자동차·조선·섬유·반도체·서비스업 등에서 압박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는 인건비 상승 우려로 생산량을 조절 해야 하고, 조선업계도 인건비 비중이 높은 사내외 협력업체 비용 상승과 물량감소로 인한 이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최근 국회 여야 지도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최저임금 보완을 호소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박 회장은 “산입범위를 변경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올린다면 경제계도 더는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역시 풀지 못한 실타래다. 문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정상회담으로 협력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이같은 온기가 실물경제까지 전이 되진 못한 상황이다. 미국으로 향하는 우리 세탁기·태양광제품에 대한 미국 ITC의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우리 화학·철강제품 등에 대한 중국정부의 반덤핑 조사가 줄을 잇고 있다. 한·미FTA 개정 협상에 따른 자동차·부품산업을 향한 잠재적 폭탄도 무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이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임엔 틀림 없지만 우리 기업들도 학습효과에 따라 언제든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 서둘러 투자와 사업조정 등 중대한 결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본격화되는 재벌개혁, 혼란에 빠진 재계 사령탑
연일 대기업을 압박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날선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재벌개혁을 금융위를 비롯한 중소벤처기업부 등과의 협업속에 종합적인 개혁작업을 펼치겠다는 식이다. 지난달말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에서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는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며 “대기업의 갑질과 불공정 거래로부터 중소기업을 지켜낼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방향을 같이 한다.

이미 공정위 사무처는 효성그룹 조석래·조현준 회장에 대한 고발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고 사익편취에 대해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 속에 4차산업혁명과 에너지패러다임 변화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일련의 사건들로 정서가 높아지고 있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은 “재벌개혁도 중요하지만, 노사 갈등으로 인해 현대차 생산공장이 멈춰서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포커스를 재벌개혁에만 맞춘다면, 갈 길 바쁜 기업들의 ‘산업 혁신’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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