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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동탄2 부영아파트의 극심한 하자와 이에 대한 부영의 미온적 대처로 입주자는 물론 화성시까지 나섰다는 뉴스를 보고 2년 전 비슷한 취재를 했던 때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 때도 문제의 아파트는 동탄2 소재였다. 당시 화성시는 해당 아파트의 내부는 물론 주변 환경 정비가 안된 문제 등으로 준공승인을 내주지 않았는데, 건설사는 이를 무시하고 일부 주민들을 입주시켰다.
이에 대해 기자는 “승인도 안 났는데 입주민을 들인 황당하고 위험한 아파트”라는 요지로 기사를 썼고, 기사가 나간 후 해당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항의 세례를 받았다. 그들은 릴레이 전화로 업무를 방해하고, 회사로 찾아가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이들의 행동이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파트 하자를 고발해 건설사의 개선을 촉구하는 취지로 기사를 쓴 것인데, 어떻게 입주자라는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화성시의 책임이다”등의 말만 반복했던 입주자가 “집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 기사를 당장 내리라”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낸 후 모든 상황은 명쾌해졌다.
입주자들의 목표는 단 하나, ‘집값’이었다. ‘집값’이라는 분명한 목표 때문에 아파트 하자에 대해 쉬쉬하는 것은 물론, 일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입주민들을 윽박지르는 게 대부분의 요즘 아파트다.
이런 새 아파트의 생리를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에 동탄2 부영아파트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집값을 염려하는 입주자들의 마음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집값 때문에 하자를 하자라고 속 시원히 말하지 못하는 입주자들을 잘 알기 때문에, 8만건이라는 하자에도 건설사가 요지부동했던 것은 아닐까.
이번 일로 아파트 하자에 대한 입주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으면 한다. 그래야 건설사들도 소비자 무서운 줄 알고 제대로 된 아파트를 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