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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법률 저런 판결] ⑥상표 - ‘더블샷’은 안 되고 ‘알바천국’은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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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기자

승인 : 2017. 08. 0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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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남양유업과 스타벅스 간의 ‘커피전쟁’에서 남양유업이 승리했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더블샷’ 제품을 출시해 판매해왔는데, 남양유업이 ‘프렌치카페 더블샷’ 제품을 내놓자 위 제품이 자신의 상표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법원은 “더블샷은 통상적으로 일반커피에 비해 농도가 2배가량 진한 커피를 의미하는 기술(記述)적 표장이므로 상표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상표로 볼 수 없다”며 스타벅스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결과도 같았다.

상표법은 상품의 품질·효능·용도·형상·가격·사용방법 등을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한 표장을 ‘기술(記述)적 표장’이라 하면서 이는 상표법이 보호하는 상표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예컨대 김밥집의 이름을 ‘맛있는 김밥’으로 하거나, 치킨집의 이름을 ‘프라이드 치킨’으로 하여 상표등록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제품의 품질이나 종류를 표시하는 표장은 누구나 사용 가능해야 하고 이를 특정인에게 독점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더블샷’ 역시 판매제품이 ‘진한 농도의 커피’라는 품질이나 기능을 설명하는 의미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특정인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법원은 ‘바리스타즈 카페라떼’ 역시 “‘커피 전문가가 우유와 커피를 혼합해 만든 커피음료’를 나타내는 기술적 표장이므로 상표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알바천국’의 경우는 어떨까? 누구나 써도 되는 기술적 표장일까? 아르바이트의 약칭인 ‘알바’와 낙원을 의미하는 ‘천국’이라는 단어는 보통명사로서 일견 누구나 사용해도 되는 기술적 표장으로 보인다. 특허청 역시 “알바천국은 ‘부업을 소개·알선하거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장소’라는 의미로 직감되므로 서비스업의 종류와 품질을 표시하는 기술적 표장으로서 특정인에게 독점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알바천국은 ‘편하게 아르바이트를 하기에 좋은 곳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장소’를 암시하기는 하지만, 이를 넘어서 일반 수요자들에게 부업소개업의 성질을 직접적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는 않으므로,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블샷’ ‘바리스타’ ‘카페라떼’의 경우 이미 시장에서 커피의 품질이나 기능을 지시하는 용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반면, ‘알바천국’의 경우 ‘알바’라는 일반명사와 ‘천국’이라는 일반명사가 비관행적으로 결합된 창의적 조어표장이기 때문에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서 명확한 기술(記述)적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는 점이 참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소위 ‘암시적 표장’이라고 한다. ‘기술적 표장’은 상표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암시적 표장’은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경계는 뚜렷하지 않다. 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식물나라’ ‘초록마을’ ‘스킨푸드’ 등의 표장도 ‘보통명사를 보통의 방법이 아닌 비관행적 방식으로 결합한 암시적 상표’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위 표장들은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돼 있다.

수많은 상표들이 넘쳐나고 있다. 갈수록 상표자원도 고갈돼 간다. 그런 와중에도 상인들은 좀 더 쉽고 빠르게 소비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상표를 사용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기술적 표장’을 상표로 사용해 상표로서 보호받지 못하게 되는 촌극이 벌어질 수도 있다. ‘더블샷 커피’와 ‘알바천국’ 사이의 간극을 잘 파고들어야 할 지혜가 요청되는 때다. <허종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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