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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법률 저런 판결] ⑤저작권 - 내 컴퓨터에 있는 폰트, 체크 또 체크!

[이런 법률 저런 판결] ⑤저작권 - 내 컴퓨터에 있는 폰트, 체크 또 체크!

기사승인 2017. 07.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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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내문 하나 함부로 못 만들겠네!’

지난 3월 서체 프로그램(이하 ‘폰트’)을 만드는 회사인 윤디자인그룹이 인천광역시와 산하 A초등학교 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사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됐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6가단240058). 소송이 제기된 이유는 A초등학교 소속 교직원들이 윤디자인그룹의 유료 폰트를 불법 다운로드 받아 학부모 안내문, 학교 행사 준비 자료 등의 일부 문구를 작성해 윤디자인그룹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유사한 문제로 80개가 넘는 인천초등학교들이 윤디자인그룹으로부터 라이선스를 구매하지 않으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A학교를 대상으로 한 소송의 판결이 확정되면, 윤디자인그룹이 나머지 수십 개의 초등학교에 대해 해당 판결에서 확정된 금액을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득 해당 교직원들이 문제된 폰트를 사용하면서 불법 다운로드된 폰트라는 걸 알았을까 의문이 든다. 인터넷카페나 블로그 등에 업로드된 폰트들을 별 생각 없이 다운로드했을 수도 있지만, ‘무료 폰트’라고 돼 있어 다운로드했을 수도 있고 전임자가 쓰던 컴퓨터에 이미 설치돼 있던 폰트라서 모르고 사용했을 수도 있다. 후자라면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형사처벌까지 이뤄지기 어렵지만, 그 사용에 과실이 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영리 목적 없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등 일부 사용이 가능한 경우도 있으나, 실제 이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재판을 통해 다퉈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컴퓨터에 폰트를 설치하면 ‘Windows’ 폴더의 하위폴더인 ‘Fonts’ 폴더에 저장돼 여러 프로그램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MS워드나 아래아한글(이하 ‘한글’)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문서를 작성하면 Fonts 폴더에 저장돼 있는 폰트들이 글꼴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쉽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직접 폰트를 다운로드해 설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이 중 어느 글꼴이 불법 다운로드한 폰트 때문에 나타나는 것인지 쉽게 알기 어렵다. 프로그램을 설치하면서 함께 제공된 폰트들이 섞여 있어 그 어려움은 배가된다.

MS 워드나 한글 프로그램 등을 설치할 때 함께 제공되는 폰트들을 ‘번들 폰트’라고 하는데, 이러한 번들 폰트라고 해서 마냥 안심하고 사용할 수도 없다. 만약 한글 프로그램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던 B가 다른 프로그램으로 동영상을 제작하면서 한글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던 번들 폰트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 이와 같은 사례가 문제돼 소송이 제기된 적이 있다. 해당 사례에서 법원은 해당 폰트가 한글 또는 MS워드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번들 폰트이고, 프로그램 설치 시 자동으로 Fonts 폴더에 저장된다는 점을 근거로 저작권자의 ‘묵시적 허락’이 있다고 봐 저작권 침해를 부정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535149). 그러나 프로그램의 사용 설명서나 약관 등에 ‘명시적으로’ 번들 폰트의 이용 범위가 해당 프로그램의 사용에만 한정된다는 점을 기재하고 있는 경우에는, 번들 폰트로 제공돼 Fonts 폴더에 자동 저장된다는 것만으로 저작권자의 묵시적 허락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이와 같이 번들 폰트의 이용 범위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번들 폰트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자, 이제 내 컴퓨터 안의 폰트, 한번 점검해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정선열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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