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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다 잡은 기회도 놓칠 판…중형조선소 향한 지나친 잣대 거둬야

[기자의눈] 다 잡은 기회도 놓칠 판…중형조선소 향한 지나친 잣대 거둬야

기사승인 2017. 06.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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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선사들이 신규 선박 발주에 나서면서 조선업황이 살아나고 있지만 중형조선소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수주를 따내도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지연으로 최종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계약대로 인도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은행·보험사 등 금융권에서 선주에게 선수금 환급을 대신 보증해주는 수단이다.

STX조선해양은 최근 산업은행으로부터 지난 4월 수주한 11K 탱커 4척에 대한 RG를 발급받았다. 통상적으로 RG 발급이 본 계약 한 달 안에 이뤄져야 계약 해지를 면할 수 있지만, STX조선의 경우 선주사 양해를 얻어 기간을 2개월로 늘렸다.

성동조선해양도 지난달 그리스 선주사와 11만 5000DWT급 탱커 7척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RG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STX조선과 마찬가지로 계약 체결 60일 이내 RG 발급을 받는다는 조건 아래 체결됐다. 다음달 중순까지 RG를 발급받지 못하면 무효로 돌아간다.

이처럼 다른 조선소와 경쟁해 어렵게 수주를 따내도 제때 RG를 발급받지 못할 경우 최종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해외 선사들과의 신뢰도 악화돼 향후 수주 영업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 RG 발급을 꺼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조선업 불황으로 회사가 파산할 경우 지원했던 돈을 돌려 받을 수 없다는 리스크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에선 대형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에 국민연금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회사채 축소와 만기 연장, 2조9000억원에 이르는 신규 자금 지원을 시작했다.

대형조선소만이 아닌 조선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형조선소가 붕괴하면 기자재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는 결국 대형조선소들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상황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유독 ‘중형조선소에 높은 기준의 잣대를 적용시키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거 조선업계가 호황일 때는 은행들이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RG 발급을 서로 해주려 했던 시기도 있었다. 적어도 어렵게 따낸 수주를 눈앞에서 경쟁사에 넘겨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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