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안동병원, 평생교육지도사협의회, 한글교실 의료서비스 제공 M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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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경(46) 안동시 평생교육과 평생교육사는 관내 10개 면에서 운영하고 있는 ‘찾아가는 한글교실’ 교사들로부터 어르신들의 건강문제에 대한 고충을 많이 들었다.
한글교실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한글수업이 마냥 즐겁다”고 말씀하시지만 고령으로 이곳 저곳 아픈 데가 많아, 병원에 가느라 수업에 참석하지 못하는 날이 많고 또 수업에 출석하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22일 안동시에 따르면 시가 2014년부터 비문해자들을 위한 특수시책으로 운영하는 찾아가는 한글교실이 올해 10개면으로 확대 운영되면서 수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도 200여명으로 늘었다.
진 평생교육사는 “어느 날은 병원에 허겁지겁 다녀오시느라 미처 책가방도 챙겨오지 못한 어르신도 계셨다”며 “뒤늦게 시작한 ‘공부’를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찾은 어르신들이 건강 때문에 수업 참여를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가까이서 지켜보던 진 평생교육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에서 의료봉사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안동병원을 찾아가 한글교실에서도 의료봉사를 진행해 줄 것을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진 평생교육사의 진정성 있는 요청을 전해 들은 안동병원 관계자는 취지가 너무 좋다며 흔쾌히 사업추진 의사를 밝혔고, 이를 계기로 지자체와 대형병원이 손을 맞잡고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회공헌이 결실을 맺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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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협약식에는 권영세 시장, 권부옥 안동병원 상임이사, 권기탁 안동시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장, 시민 등 20여명이 참석해 민관 협업을 통한 나눔문화 확산이 ‘행복한 안동 만들기’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안동시는 이번 협약에 따라 의료봉사 장소와 대상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안동병원은 맞춤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또 안동시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는 한글 교실 의료서비스 운영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을 지원한다.
안동병원이 진행하게 될 의료서비스는 1주일에 한 번 시가 지정한 한글배달교실에 전문의가 포함된 의료봉사단을 파견해 진료를 실시하고, 내원이 필요한 경우 병원에서 원스톱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방문 진료사업은 교실별 연 4회 분기별로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는 내달 1일부터 8월 11일까지 5개 교실에서 1차 방문진료를 실시하고,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2차 진료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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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내년부터 ‘한글배달교실’을 현재 10개에서 14개 면 단위로 확대 운영하기 위해 2013, 2014, 2016년 문해교사 70명을 선발·양성했다. 내년에 한글교실이 4개 늘어나게 되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이처럼 한글교실 운영을 통해 어르신들을 위한 나눔과 봉사를 지역사회의 보편적 윤리로 이끌어낼 수 있었던 데는 진재경 안동시 평생교육과 평생교육사의 노력과 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진 평생교육사는 “어르신들이 한글을 공부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새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며 “한글 뿐 아니라 음악·미술 등으로 교육을 확대하고, 초등학교 체험수업까지 진행해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행복을 전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SNS를 통해 한글배달교실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공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타지에서 살고 있는 자녀들이 SNS를 통해 부모님들이 삶의 활력을 되찾는 모습을 본 뒤 많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 평생교육사는 기자와 헤어지면서 “비록 작은 동기로 시작한 ‘어르신 건강 돌보기’이지만 안동에서 시작된 나눔이 ‘나비효과’가 되어 우리 사회에 어르신 공경과 배려의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