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최근 태국에서 대마초를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면서, 만일 그렇게 될 경우 동남아시아의 마약 관련 정책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아시아에서는 대마초를 비롯한 마약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일례로 싱가포르에서는 대마초를 흡연하면 최장 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지며, 인도네시아에서 마약 밀수자는 가차없이 사형에 처해진다. 필리핀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불법 마약 거래에 관여한 혐의로 약 7000명이 처형된 것으로 추산된다.
태국에서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2003년 메탐페타민(각성제) 판매를 근절시키기 위해 단행한 ‘마약과의 전쟁’으로 2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많은 이들이 감옥에 수감됐지만, 오늘날에도 마약 사용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이에 파이분 쿰차야 추밀원 고문(당시 태국 법무장관)은 지난해 마약과의 전쟁이 실패했다고 선언하고,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합법적인 순한 마약이 독한 마약 사용을 예방해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쿰차야 고문은 지난 4월 마약 정책 관련 국제회의에서도 태국이 마약에 대한 입장을 이미 완화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매체에 따르면 마약과의 전쟁이 진행중인 필리핀에서도 의회 보건위원회가 의료용 대마초 합법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은 의료용 대마초에 대한 연구를 선도하면서 지난해 전세계에서 신청된 관련 특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마초의 의학적 효능을 들며 이같은 합법화 방안이 사람들의 건강을 촉진하고 의료관광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매체는 전했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도 기존에 널리 금지돼온 대마초가 소염 작용 기능이 있고 알츠하이머·관절염·암·우울증·간질·다발성경화증 등 다양한 증세에 치료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최근 호주도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문제를 두고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의료용 대마초 사용과 관련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보건부에 자문을 제공하는 잔 피젤 박사는 “전세계에서 의료용 대마초가 도입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처럼 거의 규제되지 않는 일반적인 접근 형태를 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에서처럼 의약품 등록 형태를 취하는 것”이라면서 “동남아의 경우 의료용 대마초가 도입된다면 후자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호주에서도 잠정적인 의료용 대마초 도입은 의약품 등록 형태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캔버라 의회는 지난해 말 모르핀·페티딘·코데인 등 중독성 약물들과 같은 관리약물 카테고리(Schedule 8) 안에서 대마초 처방을 허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피젤 박사는 다만 “우리는 의료용 대마초를 향한 여정의 아주 초기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마초와 그 부작용 등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면 15~20년 안에 일부 대마초제제조차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록 의료용 대마초가 전세계 곳곳에서 이미 도입되긴 했지만 그 의학적 특성에 대한 엄격한 임상·역학 연구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정부는 의료용대마초연구혁신센터를 설립하고 정부 지원 하에 실시되는 임상 실험의 모니터링 작업에 지난 4년 동안 약 900만 달러(약 101억 원)를 투입해왔다. 이미 진행중인 실험에는 소아 간질·말기 환자 고통완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챈트 뉴사우스웨일스주 보건부장은 질 높은 임상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환자들이 병세 호전에 도움이 되는 대마초제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