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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정호 벤디스 대표, ‘모바일 식권 시장’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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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기자

승인 : 2017. 06. 08. 00:00

모바일 식대결제로 기업도 웃고 점주도 웃는 모바일 식권 개발
카드수수료 수준 서비스 제공, 소상공인 부담 ↓
성공 비결은 '아이디어' 아닌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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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벤디스 대표./사진=벤디스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를 하던 중 휴게실에서 뉴스를 봤어요. 직장인들이 광역버스 증설이 안돼 힘들게 출근하는 모습이었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전세버스를 빌려 사업을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그 생각밖에 할 수가 없었어요.”

3년차 사법고시 준비생은 그렇게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7일 서울 역삼동 벤디스 본사에서 만난 조정호 대표의 이야기다. 2010년 시작한 창업인생은 부모님의 반대·주변과의 비교 등으로 고달팠다. 5000원짜리 빅맥이 사치였다. 그 창업 초짜가 이제 ‘모바일 식권’ 시장을 이끄는 회사의 대표가 됐다.

벤디스의 서비스 ‘식권대장’은 종이식권·식대장부를 대체하고 있다. 모든 식대 관련 업무는 ‘식권대장’ 애플리케이션 포인트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기업은 식권 도난·식대장부 부정기입 등 정책 악용을 막고, 식당은 비용 지불에 대한 확실성을 얻었다. 실제로 벤디스가 고객사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 결과 99%의 점주들이 벤디스와 제휴를 맺고 정해진 날짜에 비용을 회수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벤디스의 수익은 ‘수수료’에서 나온다. 제휴를 맺은 기업은 연 단위로 서비스 이용 수수료를, 점주들은 거래되는 금액의 2~3%의 수수료를 벤디스에 지불한다.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카드 사용 때 발생하는 수수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영세 상인의 입장에서 서비스 사용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조 대표는 “벤디스는 모바일 식권 시장 자체를 개척한 만큼 다양한 식대 운영경험을 통해 업계 이해도가 높다고 자부한다”며 “올해 110개 고객사를 확보했고 현재 월 거래 금액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말하기엔 기회가 넘쳐난다’는 성공한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의 말과는 달리 어려움도 많았다. 2014년 9월 ‘밀크’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후 지난해 2월 ‘식권대장’이 만들어지기까지 두 번의 실패가 있었다.

“처음 야심차게 시작했던 버스 대절사업은 자본과 인프라 때문에 시도도 못한 채 끝났어요. 하지만 진짜 큰 어려움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만든 모바일 상품권 사업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최상의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팔리지가 않았어요. 정말 예쁘고 성능이 좋은 타이어를 만들었는데 어느 자동차와도 호환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던 거죠. 이 경험으로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모바일 상품권 사업의 부진으로 좌절에 빠질 즈음 한 회사 관계자가 조 대표를 찾았다. 대형 게임사가 경기도 판교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직원들이 사내 카페·식당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 개발을 의뢰한 것이다. 게임사 내부 사정으로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조대표는 이때 시장을 B2B(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됐다.

“이 게임사뿐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도 직원 대상 상품권에 대한 니즈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피스 상권으로 나갔어요. 식당마다 ‘종이 식권받습니다’ ‘장부거래합니다’라는 표지가 붙어있었습니다. 식권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초기 스타트업인 벤디스에게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으로 고객을 끌어들일 마케팅 비용은 없었다. 그래서 조 대표는 B2B 관점으로 회사 고유의 상품권인 ‘식권’에 집중했다.

‘모바일 식권’이라는 생소한 용어 때문인지 서비스 개시 1년 동안 고객사가 전혀 늘지 않았다. 하지만 한번 계약을 맺고 ‘식권 대장’을 사용한 기업들은 그 편리함을 기억했다. 점차 입소문을 타고 고객사가 늘기 시작해 올해 1분기에는 한솔·한국타이어 등 110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2015년 2월 7억원의 초기투자를 유치하고 2016년에는 우아한형제들·네이버 등에서 35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많은 사람이 직장 경험도 없고 나이도 어린 제가 전통적 B2B 사업에 도전하는 자체가 필패라고 단정지었어요. 하지만 좋은 팀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시장을 선도하게 됐습니다.”

조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닌 ‘팀’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에겐 다른 직장 근무경력을 가진 팀원들이 선배이자 동료다. ‘억’ 소리 나는 복지제도보다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에 벤디스는 젊다. 점포와 제휴를 맺기 위해 발로 뛰는 11명의 영업팀(40여명 중)이 회사에서만이라도 쉴 수 있도록 곳곳에 플레이스테이션·게임기를 설치했다. 신규 채용이 있을 땐 팀원들이 직접 채용을 진행한다. ‘대표가 원하는 사람’이 아닌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뽑기 위해서다. 일반 영업맨에 비해 미숙하지만 벤디스 성장의 핵심이 이렇게 구성된다.
김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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