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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와 같은 무역진흥기관을 흔히 고속도로와 같은 인프라에 비유하는데, 전시회도 참가기업에게 이와 유사한 인프라 혹은 플랫폼의 기능을 제공한다. 만약 플랫폼이 없다면 승객들은 기차를 타고 내릴때마다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고 사고의 위험도 클 것이다. 특히 자본이나 정보력이 약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이러한 플랫폼 없이 각각 마케팅을 할 경우 그 비용은 막대하다.
전시회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마케팅 수단으로 적합한 이유는 가성비 즉 비용 대비 성과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전시산업연구소(CEIR)의 조사에 의하면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은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는 기업과 비교해서 50%의 시간. 비용. 노력으로 동일한 성과를 거둔다고 한다. 비용에 민감한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전시회를 선호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7’의 참관객 18만명중 10%가 CEO이고 38%(7만명)이 구매결정권을 가진 제너럴 매니저급 인사들이다. 모바일 산업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MWC(모바일월드콘그레스)의 경우 세계 각국의 모바일 관련기업들이 참가하여 신제품과 신기술을 소개하고 10만여명의 바이어가 몰려와서 바르셀로나시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내전시회는 아직 이러한 글로벌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로 해외바이어나 해외 참가업체가 적어 우리 중소기업들은 국내전시회 참가비용(500만원)보다 3배 가량 더 비용이 드는 해외전시회 참가를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해외전시회 참가를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전시회를 위한 지원과 관심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제 국내전시회 육성으로정책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전시회는 무역진흥 외에도 내수진작,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창출, 관광수지 개선 등 소위 ‘1석 5조 효과’를 가지고 있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며, 전시회와 연관된 전시기획, 디자인, 운송 및 호텔, 식음료, 관광 분야의 신규창업을 유발하는 효과도 있다.
뿐만아니라 국내전시회가 글로벌 전시회로 발전해서 해외에서 바이어와 우수한 기업들이 많이 찾아오게 되면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해외마케팅 비용은 대폭 줄어든다. 비용 때문에 전시회 참가를 망설이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정부가 지원해주면 국내전시회도 육성하고 중소기업도 지원하는 두가지 효과를 한번에 거둘수 있다.
‘10년 후를 보면 나무를 심고, 100년 후를 보면 사람을 심는다(十年樹木 百年樹人)’고 한다. 1967년 뉴욕에서 적은 규모로 시작한 CES도 50년 만에 이렇게 성장하였고, 세계최대 산업전시회로 자리잡은 하노버메쎄도 2차대전 이후 독일의 전후 부흥을 위해 미국의 원조로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한 전시장에서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홍콩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홍콩은 1992년 하바드, MIT대학의 자문을 받아 전시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해 단기간에 전시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됐다. 홍콩무역발전국(HKTDC)은 홍콩전자전, 시계보석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전시회를 포함하여 35개의 글로벌 전시회를 주최하며 연간 80만명의 바이어를 불러들이고 있는데 절반 이상인 40여만명이 해외바이어이다.
우리도 이제 한국의 경제규모에 걸맞는 국제적인 전시회를 육성해서 우리 중소기업, 소상공인 들이 손쉽게 외국의 바이어 들과 상담을 하고 세계 굴지의 기업들을 유치해서 최첨단 기술과 제품을 국내 전시회에서 볼수 있게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우리 업계의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과 관심 그리고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