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4분의 1을 경조사비 지출…"축의금 부담 줄여야"
직장 생활 2년차 사회 초년생 정모(28·여)씨에게 3월은 '잔인한 달'이다.
[연합뉴스TV 제공 = 연합뉴스] |
나름 '눈치보기'를 하며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그랬다.
30대 후반 노총각 딱지를 뗀 직장 상사와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각각 10만원의 축의금을 냈다.
이전 직장 동료 5만원, 대학 학과 동기 5만원, 취업 준비생 시절 알게 된 친구 5만원 등 이달에만 5개 결혼식에 총 35만원을 보냈다.
여기에 직장 상사의 부친상 등 총 4번의 부의금으로 이달에 18만원이 추가로 나갔다.
청주에서 중견기업에 다니는 정씨는 "이달 월급이 200만원 초반인데 경조사비로 25% 가까이 썼다"면서 "경조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친한 친구는 조부모상까지 챙기고, 일반적인 경우에는 친부모상만 챙기기로 룰을 정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4년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최모(31)씨도 이달들어 겹겹이 쌓이는 청첩장과 부고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겨울철에는 결혼식이 뜸해 경조사비 지출이 많지 않았지만, 3월 들어 결혼식장과 장례식장 갈 일이 부쩍 늘었다고 최씨는 전했다.
300만원 중반 월급을 받는 최씨는 "5만원∼10만원씩 부조를 하면, 한 달에 50만원 넘게 나갈 때도 있다"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애경사를 알뜰하게 챙기다보면 경조사비 부담이 상당하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에서 월세 60만원 원룸에 사는 최씨는 이달 집세·식비·통신비 등 고정 지출에 더해 경조사비 '폭탄'을 맞으면서 통장 잔고가 바닥났다.
경기 불황에 월급 등 소득은 늘지 않는데, 3월 들어 밀려드는 청첩장과 부고에 경조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월급쟁이들의 부담이 크다.
환절기 일교차가 크게 벌어져 궂긴 소식이 가장 많이 접하는 시기가 3월이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4∼2016년 월별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달이 3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중 사망자의 약 9.2%(약 7만6000명)가 3월 사망했다. 12월(8.9%)와 1월(8.8%)이 뒤를 이었고, 6월(7.7%)의 사망자가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은 3∼5월 봄철 결혼 '성수기'가 시작하는 달이기도 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달 20∼30대 미혼남녀 43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는 청첩장에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수입이 적은 20∼30대 사회초년생에게는 경조사비가 말 못할 '속앓이'가 되는 것이다.
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직장인들이게 봄철 경조사비가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일정 금액 이상 축의금을 내야 한다는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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