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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모이는 일본 시골마을이 있다?…기술이 바꾸는 농촌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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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기자

승인 : 2017. 03. 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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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일본 도쿠시마현정부 홈페이지
초고속 데이터통신망과 예술인 레지던시 프로그램, 재활용품으로 만든 브루펍(brew pub·양조장을 겸한 펍)에 장작불 화덕에서 구운 유기농 피자까지. 일본 도쿠시마 현의 시골 마을에서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일본 대부분의 농촌 지역이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도쿠시마 현의 시골 마을들에는 젊은이들이 모여들며 새로운 활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약 6000명이 거주하는 도쿠시마 현의 가미야마 마을에는 기술 기업들에서 원격 근무를 하는 젊은이들이 거주하고 있다. 기술 부문을 주축으로 한 기업 10여 곳이 이곳에 지국을 설립하고 직원들이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덕분이다.

아내와 함께 도쿄에 살던 단 요이치는 재직 중이던 클라우드 기반 명함관리서비스업체인 ‘산산’에 사표를 제출했다.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껴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의 상사는 그에게 세미나·연수를 위한 산산의 지국이 있는 가미야마 마을로 옮겨갈 것을 제안했고, 그는 제안을 수락해 2013년부터 이곳에 거주해왔다. 부부는 그 사이 딸도 낳았다.

단은 “아이를 양육하기에 이곳의 환경이 매우 좋다”며 “놀랍게도 이곳에 살면서 안 좋은 점을 찾지 못했다”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혔다.

가미야마 마을에는 공동 작업공간에서 일하는 예술가들도 모여들고 있다. 예술가들을 유인하기 위한 가미야마 마을의 노력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비영리민간단체 그린밸리 등은 처음으로 예술가들을 마을로 초청해 상주하도록 했다.

도쿠시마 현은 그후 지역 전체에 광섬유 네트워크를 설치하고, 그린밸리는 점포 개업 등 청년들의 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이 이어졌다.

오미나미 신야 그린밸리 회장(64)은 “우리는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더라도 공동체를 지속시켜줄 수 있는 시스템이나 모델을 창조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가미야마 마을을 모델로 삼아 도쿠시마 현의 9개 마을에 총 43곳의 기업들이 지국을 설립했다고 전했다.

시라토 사토시 미쓰비시리서치연구소 책임자는 “이러한 움직임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를 수치화하긴 어렵지만 젊은이들의 농촌 지역 유입은 공동체의 활력을 증대시키고, 마을은 이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더욱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며 “그로 인한 효과는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TV방송 및 영상 배급 관리 프로그램 개발업체 ‘플랫-이즈’의 스미타 텟츠 회장도 회사의 재난 관련 리스크 분산 계획의 일환으로 2013년 지국을 설립하면서 가미야마 마을로 이주했다.

그는 “가미야마 마을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안락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 끌렸다”며 “이러한 요인들 덕분에 가미야마 마을이 최근 새로운 인구를 유인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주민들의 참여는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스티마 회장은 “일단 독자적인 모델이 구축되고나면, 민간 부문 주도의 정책 및 프로젝트들이 더욱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웃한 가미카쓰 마을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곳에서는 노인들이 도쿄나 혹은 유럽 등의 레스토랑에서 장식용으로 사용될 꽃잎과 나뭇잎들을 수확하는 일에 드론을 시범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니시카게 유키요(79)는 매일 아침 5시 30분이면 기상해 아침 식사를 하고 컴퓨터로 그날 들어온 주문을 확인한 뒤 수확 작업에 들어간다. 그는 “이러한 기회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었다”며 “드론 등의 기술에 행운까지 더해진다면 100세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 약이 따로 필요없다”고 말했다.

가미카쓰 마을의 풍부한 잎사귀들을 수확하는 아이디어는 마을기업 ‘이로도리’의 요코이시 토모지 대표에게서 나왔다. 현재 가미카쓰 마을 주민 350여 명이 이로도리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0세다.

요코이시 대표는 “농촌 지역은 자금 지원과 도움을 받는 것에 지쳤다”며 “만일 노인들이 일을 하고 공동체 안에서 역할을 수행한다면 지역 전체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농업과 사업을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들도 가미카쓰 마을로 모여들고 있다. 이로도리는 2010년 이후 600명 이상의 인턴들을 고용했으며 그중 20명은 아예 마을로 영구 이주해오기도 했다.

오하타 유키(30)는 2010년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이로도리에 합류했다. 그는 가미카쓰 마을 주민과 결혼해 슬하에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그는 “혁신적인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에 마음이 끌렸다”면서 “농촌으로 왔다기보다 최첨단 글로벌 사업이 진행되는 마을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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