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대 대선 당시만해도 인맥과 학연, 거짓 소문 등에 따라 분류된 대선 주자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들의 피해 금액은 600억원이 넘었다. 시세를 조정하는 작전 세력보다 정보가 늦어 고가에 주식을 팔 수 없는 일반 ‘개미’투자자들의 피해 규모가 90% 이상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19대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이슈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소위 ‘작전’세력에 휘둘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8대 대선 당시 시세조종과 부당거래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 조치를 당한 시세 조종가들은 30명으로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590억원에 달했다.
대선 테마주는 특정 정치인과의 인맥이나 추진하는 정책과 관련이 있는 기업의 주식을 지칭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8대 대선 당시 대선주로 분류된 상위 20개 종목들은 최소 70% 이상의 손실을 냈다. 정치테마주의 주가가 급등해도 상당수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으며 테마주에 참여한 195만개 계좌 중 매매 손실을 입은 대부분이 개인투자자였다.
특히 ‘인맥테마주’의 경우 대선이 끝나는 시점에 급락하는 모습(-31.9%, 2012년12월3일~21일)을 보인 반면, ‘정책테마주’는 향후 정책실행 기대감으로 비교적 적게 하락(-20.9%)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테마주의 급등으로 인해 시가총액은 21조1000억원(2011년6월1일)에서 최고 41조6000억원까지 늘었다가 대선 종료후 24조원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대선이 치러질 때마다 악성 루머나 인맥테마주 등에서 피해가 큰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특정 정치인과 정책에 대한 수혜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후 합리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012년 ‘문재인 테마주’로 꼽혔던 우리들생명과학은 최고가 3640원을 기록했다가 1년 만에 388원으로 떨어졌다. 원금 회수는커녕 90% 가까이 손해를 본 것이다. 우리들생명과학이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된 것은 대주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사의 가치가 실적 호조가 아닌 특정 정치인에 의해 거품처럼 급등할 경우 투자자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된 미래산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미래산업은 2012년 1월만해도 260원대에 불과했으나 안 전 대표가 미래산업의 정문술 전 회장과 인맥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2075원(9월13일)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2012년 미래산업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38억원, -286억원(연결기준)으로 적자 상태였다.
정 전 회장은 미래산업이 최고가를 기록한 직후 자신이 보유한 주식 2254만6692주 전량을 매각하면서 주가가 855원(21일 종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회사의 실적 대신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했던 개인들의 손해는 막대했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정치테마주 16개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 비중은 97%로 계좌당 평균 191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정치테마주에 투자한 개인 10명중 7명이 손실을 입었으며 16개 종목들은 평균 최고가 대비 평균 3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테마주의 경우 기업의 실적이나 기업 가치에 반영되는 희소식이 아닌 인맥으로 인해 ‘대선주’로 분류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거짓 정보를 흘려 이른바 ‘짝퉁 테마주’로 불리는 사례도 나타났다.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된 파인디앤씨의 경우, 반기로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가 반 전 총장의 사촌동생이라는 거짓 소문이 퍼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19대 대선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여부와 함께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올해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에 맞물려 변동성이 커지면서 거래소가 지난 한달간 ‘현저한 주가 급등’을 이유로 기업에 조회공시를 요구한 횟수는 44건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선때마다 특별한 이유없이 주가가 급등했다가 대선 직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인맥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거품주에 투자할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