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
삼성은 16일 특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특검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 특히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날 박영수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다방면의 금전 지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의 영장 청구로 삼성 미래전략실도 비상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영장 청구 외에)다른 사안에 대해선 입에 올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라며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며 대응책 강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 임직원들은 지난 주말에도 대부분 출근해 자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경영학계에선 오너의 경영공백이 투자 및 채용, 글로벌 경영행보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의 2015년 매출은 200조 653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200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정부의 예산 규모가 400조5000억원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예산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를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반기업정서를 등에 업은 정치권이 경제계의 발목을 잡고있다”며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 과소평가한 처분”이라고 평가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글로벌 활동을 이어온 이 부회장의 신임도에 문제가 생기면 고스란히 삼성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적 논리가 경제계를 또다시 뒤흔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다른 기업들에 이미 충분한 시그널이 됐다”며 “새해 기업들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논리가 개입하면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다. 이번 사안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이 구축한 전문경영인 체계가 당분간 버팀목이 돼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박진수 서울대 교수는 “오너의 공백으로 삼성이 흔들릴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를 이끌어나갈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건전하게 나아가는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