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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는 집안에 화장실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노상용변을 하고 있다. ‘클린 인디아’를 내세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최우선 과제로 화장실 보급에 힘쓰고 있지만, 도로와 철길·강변 등에서 용변을 보는 데 익숙한 주민들은 새로 만들어진 화장실을 두고도 굳이 종전의 생활 태도를 바꾸려 하지 않고있다.
2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동남부에 위치한 라즈파트 나가르(Lajpat Nagr)의 한 고가도로 밑에 위치한 초록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초록색으로 깔끔하게 치장 된 외관과 깨끗하게 정비된 화장실은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화장실과는 크게 달랐다.
에이제이(Ajay·18)는 새로운 화장실 매니저다. 그는 “처음 이곳이 만들어졌을 때만 하더라도 이용객이 50명도 안됐지만 지금은 하루에 600명도 넘게 이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30분마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다”며 “여기서는 청결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깨끗한 화장실을 많이 찾고 있다”며 “거리에 있는 화장실은 너무 더럽기 때문에 조금 멀더라도 깨끗한 이곳을 찾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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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신발가게에서 일하는 쿠마르(Kumar·23)씨도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 그는 “우리 가게에 있는 화장실보다 더 깨끗해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화장실은 항상 더럽다. 또한 다른 화장실에 가면 5루피(88원)을 내야하는 반면 여기는 무료면서 매 시간 청소를 하기 때문에 항상 깨끗하다”며 공중화장실 사용 이유를 밝혔다. 또 “나 뿐만이 아니라 주위 상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여기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인도에서는 지하철 화장실과 일부 공중화장실 이용을 위해 2루피(35원)에서 5루피(88원)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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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힌두교 신자인 아샤(Asha·21)씨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깨끗한 공중화장실을 본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이미 누군가가 사용한 화장실을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사용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힌두교에서 가장 불결하다 여기는 것이 사람의 배설물과 피”라고 강조했다. 또한 ‘타인의 시선’도 지적했다. 그녀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려할 때 누군가 안다는 것 자체가 수치심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화장실 사용거부는 단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인도인들이 화장실에 마녀가 살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좁고 어두운 화장실보다 야외에서 용변을 보는 것이 훨씬 더 청결하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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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가디언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뉴델리시 당국은 고질적인 도시 문제인 ‘노상 용변’을 근절하기 위해 마스코트 캐릭터 ‘스와치 스왁’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28명으로 구성된 순찰대로 뉴델리 곳곳 철도변이나 슬럼가 일대 등을 중심으로 노상용변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 인근 공중화장실로 안내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6일에는 구글이 인도의 도시개발부(MoUD, India‘s Ministry of Urban Development)와 함께 ’휴지가 있는 장소‘를 구글 지도를 통해 알려주는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드론(무인비행기)을 띄워 마을의 공터를 순찰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는 “인도의 모든 가정에 화장실을 만들자”는 목표로 2019년까지 총 100억 달러를 투자해 6000만 개의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