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LS전선 등 국내 대기업들이 사내벤처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기업들은 새로운 투자 기회가 창출되기 힘든 상황에서 직원들의 창업을 돕는 사내 벤처 투자로 ‘미래 먹거리’ 창출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 말 임직원들의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사내벤처 크리에이티브랩(C랩)을 도입했다. 실리콘밸리식 조직 문화를 이식하고, 창의적인 사내 문화를 장려하는 등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지난해 8월부터 우수 C랩 과제의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한 삼성전자는 올해 20개 과제를 독립 기업으로 분사시키는 등 성공적인 사내벤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사내 벤처에 지원한 이들은 1년간 협업 부서에서 벗어나 창업을 통해 삼성전자의 역량·네트워크·경영노하우를 컨설팅 형식으로 지원받게 된다.
1년 간 C랩 과제를 마치면 내부 평가를 통해 △과제 완료 △사업부 편입 △분사 등 3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로 결정된다. 시그널·웰트·모픽·스케치온·미스터VR 등이 이 가운데 분사된 기업들이다.
C랩 과제의 한 참가자는 “컨설팅 등 지속적인 도움과 함께 창업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재입사를 원할 경우 다시 회사로 복귀할 수 있다”면서 “아울러 삼성전자는 C랩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사내 연구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선발해 △5개월의 개발 기간 △개발비 1000만원 △특허·기술 제공 △창업전문가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등 아이디어 발전소를 운영한다.
올해 자사 산하 연구소에서 개발하던 사업인 ‘인핏앤컴퍼니’를 분사했다. 인핏앤컴퍼니는 류머티스 관절염을 측정하는 기기를 개발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으로 LG전자 산하 연구소에서 분사된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디지털 갤러리 프로젝트를 사업화한 ‘에이캔버스’도 LG전자가 사내에서 나온 대표적인 창업 아이디어다. 앞서 사업화를 위해 2년 간 키운 후 스타트업으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킥스타터’에서 300여명으로부터 12만달러 가량을 유치하기도 했다. 원하는 경우 3년 안에 언제든 회사로 돌아올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 자유롭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밖에 LS전선도 지난 4월 사내 공모를 통해 40여건의 사업 아이디어를 접수했다. 이후 시장 진출 가능성과 역량 등을 검토해 △온라인 케이블 판매 △무선전력전송 사업 △사물인터넷(IoT) 재고관리 사업 등 3건을 선정, 지난 9월 신규 법인으로 출범 시켰다. 2∼3명의 직원으로 구성되는 각 사업팀은 최대 3년간 회사의 지원을 받는다. 아울러 사업 가치에 따라 회사 측으로부터 금전적 보상 및 지원이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사내벤처 도입은 딱딱한 조직에 유연성을 더할 수 있다”면서 “주력 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신성장 동력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