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한국의 병역의무, 인생의 걸림돌인가 일생의 기회인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61207010004348

글자크기

닫기

김유진 기자

승인 : 2016. 12. 08. 14:50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기고
KakaoTalk_20161207_153443790
아시아투데이 상임고문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
한국의 병역의무는 통상 청년들에게 취업을 몇년 늦추게 해 사회진출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대한민국 육군의 한 부대에서는 장병들의 군 생활이 의미 있도록 만들고 있다.

강원도 인제에 있는 육군 3공병여단은 진흙탕에서 구르는 듯 힘들게 훈련하고 끝없는 작업들을 하면서도 더 나은 군 생활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적용하고 있다.

부대의 모든 장병들은 필수적으로 인생계획서를 작성한다. 그들은 자신의 미래와 임무에 관해 매일 무엇을 어떻게 수행할건지에 대해 구체적인 리스트를 작성한다. 부대원들이 하는 것들이 비록 사소할지라도 각자 개인의 발전과 미래에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리스트에 적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용사들은 사회를 위한 목표를 포함해 계획을 수립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꿈을 분명히 해야 하고, 자신의 직업을 포함해 미래에 무엇을 이루고 싶은 지에 대해서도 특정한 목표를 정해야 한다. 추상적인 계획이 아닌 구체적인 것을 적어야 한다.
모든 용사들은 대대장과 1대1 면담을 하고 분기마다 다른 용사들 앞에서 자신의 인생계획서를 발표한다.

김수찬 일병은 “입대전에는 나에게 누구도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한 적 없었다. 이러한 군 생활은 내가 무엇을 왜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이제 김수찬 일병은 의류판매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임재민 일병은 부대에서 자신의 임무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기르고, 분대 안에서 스스로 성과를 낸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 했다. 그는 입대 전에는 수영을 하지 못했지만 수영 동아리에서 배우고 즐기게 된 결과 우수한 수영실력을 뽐낼 수 있게 됐다.

용사들은 매일 아침 기상나팔소리와 함께 6시 30분에 기상해 아침을 먹고 난 뒤 일과 시작을 위해 8시 20분에 집합한다. 이러한 일상은 다른 부대와 같지만 이 부대에는 색다른 점들이 있다. 아침 점호시간에 ‘칭찬합시다’를 실시하는 것이다. ‘칭찬합시다’는 한 용사가 나와서 다른 용사를 칭찬하고 이를 들은 다른 용사들이 그 용사의 장점을 본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발표시간이다. 또한 ‘칭찬카드’제도도 있다. 칭찬카드는 선행을 하거나, 다른 모범이 되는 일을 했을 때, 지휘관 또는 동료용사가 수여한다. 강경일 대대장은 “우리 125공병대대는 1일 2개의 칭찬과 5개의 감사나눔을 모든 장병들에게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작년 15명의 용사들이 부대인근 거리에 창의적인 벽화를 그려 인제군수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 다른 용사들은 지역 UCC제작 경연대회에 참여하여 대상을 수상했다. 강 대대장은 이러한 활동들이 용사들에게 성취감과 책임감 그리고 협동심을 갖게 해준다고 말했다.

‘뜀걸음 제도’도 있다. 이 제도는 용사들이 자연 속에서 대인관계에 대한 보다 더 깊은 생각을 하게끔 도와준다. 이 제도를 통해 용사들은 함께 걷거나 뛰면서 주변 환경을 보고 이로 인해 사소한 고민거리까지 서로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을 가지게 된다. 몇몇 용사들은 이 때가 다른 용사들과 세상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갖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이런 새로운 제도에 대한 열정적인 지지자가 바로 강 대대장이다. 그는 “나는 용사들이 병역의무를 마친 후에도 군 생활동안의 경험을 되살리기를 원한다. 병역의무는 자신을 위해 배우고 무엇인가를 새롭게 창조하는 기회이며, 또한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청년들은 군생활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강 대대장은 군 생활은 엄청난 기회라고 판단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젊은 용사들은 동료와 함께 하고 있다. 그 용사들은 이전에 사회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부대에 전입 온 이후부터는 서로간의 이기심을 타파하고 공공의 이익을 만들기 위해 함께 행동하며 살고있다. 용사들의 삶 속에서 군생활은 규율과 삶의 방향성을 갖게 되는 유일한 시간이다. 더불어 21개월의 군생활동안 단체생활을 경험해보게 돼 인생에서 귀중한 시간을 남길 수 있다. 군대는 청년들이 삶에 대한 방향감각과 자립심을 길러주는 완벽한 기회가 된다”

강 대대장은 “군 생활은 무거운 짐처럼 보일지라도 남자들에게는 함께 단합하고 공통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라고 설명한다.

군대라 불리는 사회는 계급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계급사회에서 규율을 통해 공동의 이익이 실현되도록 하고 있다. 이에 3공병여단은 타인을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사고를 가지기보다는 항상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병영생활의 룰을 만들어 공동의 이익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신념들은 125 공병대대의 모토인 ‘청정’으로 요약된다. 이 모토는 단지 부대 전체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서로 욕하지 않고 아무 장소에서나 흡연하고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나쁜 습관들을 없애는 것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 동시에 가장 우선시 돼야 할 것은 근성 있는 자세와 긍정적인 태도이다. 모든 용사들이 이 말을 가슴 속에 새겨야 한다.

대대 전 간부들은 모든 부대들에 이런 프로그램을 적용해 부대 안에서 보내는 한국 청년들에게 젊음이 어떻게 그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국가와 사회에 활기를 불어 넣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 상임고문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는 지난 9월과 11월 강원도 인제에 있는 육군 3공병여단을 방문했다.
김유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