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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에너지정책은 2016년 5월 노스다코타 주 연설에서 발표한 미국 최우선 에너지 계획에 나타나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추구하는 목표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에너지 독립과 미국 이익의 최우선이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 내 에너지 개발과 혁신에 방해가 되는 인위적 규제를 철폐하고 특정 에너지원에 특혜를 주는 정책적 배려를 배격하여, 시장메커니즘에 의한 에너지 믹스를 추구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한 지난해에 체결되고 올해 11월 발효된 파리협정도 미국 제조업을 약화시키려는 속임수라며 미국 최우선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취소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따라서 트럼프 당선 소식을 들은 모로코 마라케시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경악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은 신기후체제(파리협정)에서 탈퇴할 것이고 이에 따라, 파리협정도 교토의정서와 마찬가지로 큰 실효성 없는 국제협정으로 전락할 위험이 높아졌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리협정은 인류 전체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체결되고 이미 발효된 국제협정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트럼프 당선자가 강조하는 미국 최우선 국가 운영원칙으로 재해석해 보면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가 실현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의 당선 직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와 의논해 현명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했고,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세계가 합의한 파리협정은 이미 불가역적”이라고 지적했고, 케리 미 국무장관도 “기후변화는 당파적으로 다룰 사안이 아니다”라고 논평했을 정도로 기후변화는 이미 함부로 변경할 수 없는 인류 공통의 이슈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탈퇴 가능 시점을 발효 후 3년 후로 정한 파리협정 28조가 있어 당장 탈퇴는 어렵다.
또한 신기후체제 참여는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자국 이익 목표와 모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셰일혁명에 성공한 미국은 천연가스를 활용하면 어느 나라보다도 값싸게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의 국내 석유·가스자원의 적극 개발 정책이 더해지면 미국 내 가스는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 따라서 저렴한 온실가스 감축비용을 활용하면 기후변화 이슈는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회복시키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모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리해 보면 신기후체제는 언뜻 보면 미국의 이해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판단하면 절대 그렇지 않을 수 있고 더욱이 인류 공통의 이슈이기 때문에 신기후체제 탈퇴는 실현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신기후체제는 다소 지연될 가능성은 있어도 완전 폐기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한편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내 석유가스 개발과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가스 수입을 중동지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불공정한 도입조건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더욱이 미국으로부터 석유가스 수입량 확대는 한·미 간 무역역조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어 미국과의 통상 교섭 카드로도 활용할 만하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우리나라 에너지정책 방향은 향후 상당 기간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가스 시장 환경을 활용하여 에너지수급체계를 더욱 안정화시키고, 저유가로 얻은 에너지비용 절감분을 통해 에너지신산업 등과 같은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을 꾸준히 실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