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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해야겠는데… 이익잉여금 쌓는 정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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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16. 11. 17. 06:00

국내 정유4사가 올 3분기까지 쌓은 이익잉여금이 2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정세가 급변하고 유가 방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자금만 쌓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가 제출한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사내에 쌓아둔 금액을 말하는 이익잉여금 합계는 3분기말 기준 26조7215억원으로, 올 초 23조9862억원 대비 10개월만에 11.5% 늘었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에서 주주들에게 배당 등으로 지출한 것을 빼고 유보된 금액을 말한다. 결손금 보전 등에만 사용 가능한 자본잉여금과 구분된다.

특히 업계 맏형 SK이노베이션의 경우 3분기 이익 잉여금이 10조5194억원으로,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측은 “재무구조를 개선해 가는 과정으로, 배터리 공장 등 신규 사업에 큰 투자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저유가에 따른 정제마진 효과를 누리고 있는 정유사들의 실적이 좋아 이익잉여금 개선도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익이 곧장 투자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비롯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이란과의 공급 경쟁 등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유가에 대한 불투명성이 기업들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이날도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43.5달러, 서부텍사스유 45.8달러, 브렌트유 46.9달러로 각각 전날대비 3~5% 이상 급등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이번 주 다른 산유국 장관들을 만나 감산에 합의할 것이란 기대감에 따른 결과다. 이달 들어 OPEC 감산 합의 움직임에 상승세를 타던 국제유가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에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트를 탔다.

현재 정유4사는 기존에 진행 중인 증설과 정기보수를 제외하고는 정제설비 투자는 전무한 상황. 대신 화학 등 신사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현재 전기차 4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12만대 분량까지 늘리겠다는 발표를 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의 합작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고부가가치 혼합자일렌(MX) 생산을 시작했고, 에쓰오일은 4조7890억원을 쏟아부어 고부가가치 다운스트림 설비를 야심차게 건설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통 정제사업의 경우 생산량을 늘리거나 기술개발을 할만 한 요인이 없고, 중국의 빠른 추격과 높은 국제유가 변동성에 따라 장기적인 전망도 불투명하다”며 “성장 잠재력이 크고 시장 전망도 좋은 석유화학으로 투자를 늘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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