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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역대 정권에서 측근 비리는 대통령의 친인척이 권력의 힘을 빌어 각종 이권을 챙기거나 대통령의 의중을 앞세워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형태로 벌어졌다. 대부분 정권 말기 권력의 힘이 빠졌을 때 이들의 농간이 드러났고 결말은 당사자 구속이나 식물정권으로 전락하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최순실 게이트’는 역대 정권의 권력형 비리가 대통령의 친인척에 의한 농간이었다는 점과는 달리 대통령의 지인에 불과한 최씨가 벌였단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치권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독신인데다 혈연관계인 근령·지만씨와는 거의 교류가 없다는 점에서 최씨와 혈연관계 이상의 특수한 관계에 놓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최씨와 박 대통령의 종교적 문제를 연관 짓는 의혹도 나온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어제 검색어를 보면 영생교 얘기가 실시간 1위로 올라가기도 했다”며 “여러 가지로 봤을 때 종교적인 것도 있던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하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1994년 기자 시절 당시 은둔생활하던 박 대통령(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대통령 측근들의 국정농단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영삼 정권 시절엔 차남 현철씨가 ‘소통령’이라고 불릴 정도의 권력을 행사했다. 그러다가 정권 말기인 1997년 11월 한보그룹 특혜대출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다.
김대중 정권 말기엔 세 아들인 ‘홍삼 트리오’(홍일·홍업·홍걸)가 모두 비리에 연루되는 불명예를 남겼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가 ‘봉하대군’으로 불리며 대우건설 사장 연임 청탁 등 뒷돈을 챙기다가 사법 처리됐다.
이명박 정권에서도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만사형통(모든 일은 형님으로 통한다)’으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다가 2012년 저축은행 로비 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복역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가 끊이지 않은 이유를 어떤 문제가 터지면 원칙대로 해결하기 보다는 권력과 인맥을 활용하는 ‘후진적 대처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원장은 국정농단이 정권마다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 △잘못된 정치 문화와 제도적 장치 결여 △사법제도 결함 등을 꼽았다.
김 원장은 “우리 정치 시스템이 지도자의 독단이나 비밀주의, 불통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결여돼있다”며 “개헌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작동되는 권력구조를 채택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