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다. 개인 방송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인기 BJ의 폭로로 플랫폼이 아닌 방송사로서의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는 지난 14일 BJ 대도서관(본명 나동현)과 BJ 윰댕(본명 이유미)의 개인 방송 페이지를 이용약관 13조 7항 '회사의 사전 승낙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여 영업활동을 하는 행위'라는 모호한 조항에 의거 7일간 방송 정지 처분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BJ 대도서관과 BJ 윰댕 등이 日 모델 시노자키 아이와 합동으로 진행한 방송 때문이다. 시노자키 아이는 게임사 넥스트무브의 신작 '아케론' 홍보모델로, 두 BJ와 합동 방송을 진행했다. 아프리카TV는 이를 '상업 방송'으로 규정하고, 회사 측과 사전 협의 없이 진행한 것으로 해석했다.
정지 처분을 받은 BJ 대도서관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아프리카TV가 상업 방송을 진행할 때마다 송출료(호스팅비)를 요구했으며, 그 금액은 800만~1000만원 가량 지급됐다"라며, "아프리카TV 측이 자신들이 방송국이기 때문에 사전에 통보하고 호스팅비를 내야 한다"라고 폭로했다. BJ 대도서관의 폭로에 따라 아프리카TV는 기업 이미지 측면에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1인 미디어 플랫폼을 지향한 아프리카TV는 BJ 대도서관의 송출료 폭로와 함께 마치 '갑질'로 사례로 비춰져, 활동 BJ에게 미디어가 아닌 마치 하청업체 수준의 약관을 들이민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반면 동종업체인 트위치TV, 유튜브 등에서는 BJ 또는 스트리머의 방송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아프리카TV가 방송국(미디어)과 플랫폼 사이에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유리한 측면으로만 해석하고 있는 점이다. 그간 아프리카TV는 일부 BJ들의 일탈로 각종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될 때, 방송국이 아닌 플랫폼이라고 강조하며 규제를 피해왔다.
아프리카TV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라이브 소셜 미디어'이라고 회사를 소개하고 있으며, BJ가 스스로 콘텐츠를 제작,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활동 BJ와 아프리카TV는 별풍선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나누는 구조다.
그러나 직접적인 수익과 관련된 이번 사태에서는 180도 돌변해 방송국(미디어)임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방송국은 자체적인 비용을 쏟아부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외주 업체에 비용을 부담하면서 의뢰를 맡긴다. 하지만 아프리카TV는 별도의 콘텐츠 제작비를 BJ에게 지급하지 않는다. 콘텐츠 제작 구조부터 일반적인 방송국과는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관련 규제도 방송국과 차이가 크다.일반적인 방송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적용받지만, 아프리카TV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적용을 받고 있다. 심지어 플랫폼사에 자율적인 규제를 맡기는 '셀프 규제'까지 허용되고 있다.
방송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아프리카TV는 일반적인 방송국에 적용하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적용받지 아니한다"라며, "매체 특수성 때문에 방송국보다는 플랫폼사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 산업에 대한 또 다른 규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일반적인 방송법 잣대를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아프리카TV의 신규 매출 확보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아프리카TV는 활동 BJ들의 별풍선 매출이 전체 매출 대비 75%(2016년 2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어 매출이 정체, 새로운 매출 확보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존에 아프리카TV의 인기 요인이었던 '1인 방송의 자유'에 대한 침해 논란이 일고, 회사의 이중적인 태도에 인기 BJ까지 줄이어 이탈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BJ 김이브(본명 김소진)에 이어 BJ 벤쯔(본명 정만수)까지 아프리카TV의 이번 처분이 과하다고 표현한 것.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BJ까지 포함한다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아프리카TV 측은 곤혹스러운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사전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상업 방송을 진행하면 잘못된 정보로 시청자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며, "아프리카TV는 인기 BJ의 피급력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상업 방송은 사전 협의가 원칙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