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날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1994년 이후 22년 만에 철도와 지하철이 공동파업을 하면서 시민들의 발이 묶였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6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12년 만에 전면 파업했다. 하루 손실액만 1600억원으로 추산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제5차 핵실험과 해운업 등의 구조조정 등의 상황들이 여러 가지로 녹록치 않은 가운데 지진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이라며 “사실과 다른 근거 없는 주장이나 불필요한 반목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의도 국회에선 ‘타협의 정치’가 실종됐다. 과거 꽉 막힌 대치 정국에서 정치계 원로들이 나서 중재안을 내놓거나 여야 간 물밑 협상 창구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20대 국회에선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형국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금 2~3일간 서로 대화창구가 완전히 끊겼다”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사실 좀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당 의원의 입에선 입법부 수장이자 삼권분립의 한 축인 정 의장을 지칭해 “뒷골목 청부업자”라는 표현이 나왔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야당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을 “정치쇼”라고 깎아내렸다.
노조의 잇단 파업으로 대한민국 경제는 생채기가 났다. 지난주 공공노련 집회, 금융노조 파업에 이어 28일에는 보건의료 노조, 29일 공공연맹 파업이 줄줄이 예고됐다. 철도 노조 파업 첫날 출근길 혼란은 없었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국민 불편과 물류 수송에 차질이 빚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귀족 노조’라는 부정적 여론에 직면한 현대차 노조의 경우 올해에만 20번째 파업을 강행하면서 국민적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선 잇단 파업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자동차 생산력 5위에서 밀려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사회적 극한 대치의 배경엔 ‘네 탓’ 공방과 서로를 향한 불신이 깔려있다. 전문가들은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소통하는 문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통화에서 “정치권이든 사회든 여러 집단에서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만 소통하고 다른 의견은 배제되는 ‘집단 극단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채 교수는 “한 그룹 안에서도 견제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면서 합리적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며 “집단 편향성에 빠지지도 않도록 이를 중재하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라디오에서 “파업을 계기로 서로 간에 불안과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지를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모티브로 삼아야 한다”며 “파업을 통해서 조합원들의 의사도 보여줬으니 제대로 된 교섭을 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모습도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