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식 경희대 설립자와 세계 평화 논의, 많은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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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과학철학자가 테러리즘에 대해 입을 열었다. 계속된 테러와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인류 전체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 테러는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인류의 반감을 한계점까지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됐다. 이에 미국·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은 반테러리즘을 선언하고,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응이 더욱 심각한 전쟁과 자연 파괴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시아투데이는 세계 과학철학 분야의 권위자이자 노벨 평화상 (2004·2005년)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어빈 라슬로(Ervi Laszlo) 부다페스트클럽 회장을 만나 ‘지구문명의 미래’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라슬로 회장은 인문·예술·정신 등 각 분야 저명인사들이 참여해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연구하는 부다페스트클럽의 설립자로 ‘과학과 아카식 분야(Science and the Akashic Field)’, ‘글로벌 브레인의 비약전인 전환(Quantum Shift in the Global Brain)’ 등 다수의 유명 저서를 집필했다.
인터뷰는 지난 20일 서울 성북구 홀리데이인 성북에서 하만주 기획취재부·중기벤처부장의 사회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 부다페스트 클럽은 어떠한 단체이며 설립 배경은.
“1980년대, 구소련 해체와 함께 헝가리의 민주주의 실현과 유럽의 정치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던 시절, 국제연합 훈련조사연구소(UNITAR)의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New International Economic Order·NIEO) 프로그램 의장직을 수행하기 위해 인도를 비롯한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당시 인도의 항구도시인 뭄바이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 ‘인류의 미래’에 대한 담화를 나눴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단체 결성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 이후 새로운 비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 부다페스트 클럽을 창설했다.
현재 부다페스트클럽의 회원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달라이 라마·데스몬드 투투 주교·작가 파울로 코엘료·지휘자 주빈 메타 등 22명이다. 부다페스트 클럽은 로마클럽 창립 이후 10년이 지난 1978년에 인문·예술·정신 등의 측면을 다룰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기존에 있던 일반진화론연구모임을 확대 개편해 결성된 비영리·비정부 국제단체다. 현재 오스트리아·브라질·캐나다 등 15개 국가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지구의식촉구 성명서’를 발표한 이래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주장해 왔다.”
- 라슬로 회장은 로마클럽 창립 멤버이신데 로마 클럽과 부다페스트 클럽이 ‘피스 바 페스티벌 2016’ 등 경희대학교가 주최·주관하는 세계 평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계기가 궁금하다. 또한 경희대 설립자인 고(故) 조영식 총장과의 인연에 대해 설명해 달라.
“경희대와의 인연은 조영식 총장과의 특별한 관계에서 시작됐다. 과거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교수직을 역임할 당시, ‘미래전략(Staratage for the Future)’이란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책을 집필했다. 조 총장이 강의를 접하고 나를 한국으로 초대하면서 경희대 학생을 위한 강연을 제안했다. 그래서 조 총장이 설립한 평화복지대학원(GIP)에서 처음 강의를 진행했으며 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경희대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조 총장이 유엔 세계평화의 날을 제안할 때도 많은 논의를 했다. 조 총장은 내가 추구하는 이상과 상당 부분 유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평화의 날을 함께 축하하면서 전 세계 석학들과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 전 세계가 계속된 테러에 위협을 받고 있다. 평화를 위한 적절한 대안책이 있다고 보는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 이후 IS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해 있다. 폭력은 평화를 가져올 수 없으며, 전쟁은 또 다른 비극을 낳을 뿐이다.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은 매우 인류주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IS의 행위는 분명 비인류적이다. 하지만 테러 대응책으로의 폭력은 자연환경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
프랑스의 한 철학자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고 했다. 소통과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테러 대책은 또 다른 폭력이 아닌 서로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매해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온난화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인류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인류에게 주어진 숙제는 폭력이 아닌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 현재 한반도에는 북한의 핵 실험과 잦은 미사일 발사로 극도의 긴장감이 돌고 있다.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적절한 대응책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오늘날 전 세계는 계속된 테러에 유럽의 난민 문제까지 겹치면서 극도의 혼란에 빠져있다. 현 상황의 지속은 개인·사회 전체의 심각한 혼란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자연환경 파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항시 인지해야 한다.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쟁이 아닌 소통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서로 싸우는 것보다는 적절한 대안을 모색해 민족 간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갈등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적절한 타협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현 세계의 문제점을 알리는 ‘매개체’ 역활을 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전세계 모든 인류가 하나라는 점을 각인시켜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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