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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여전한 ‘현금’ 유입 가능성...‘캐시’ 차단에 걸린 대북제재 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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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아 기자

승인 : 2016. 09. 22. 14:31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강화됐지만 북으로 유입되는 ‘현금’을 차단하지 않는 이상 실효성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중국은 최근 훙샹 그룹을 북한에 핵 프로그램 개발 관련 물자를 제공한 혐의로 자산을 동결하며 관계자들을 체포하는 등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북 제재에 동참해 가시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양새는 중국과 미국의 공조 하에 대대적 조치가 취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대표 연설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북한 이슈를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을 뿐 새로운 대북 제재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4년 9개월 동안 북한과 5억 3200만 달러(약 6000억 원)에 달하는 무역 거래를 해온 것으로 드러난 훙샹그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로부터 북한에 자금을 전달하는 창구로도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도쿄 신문은 2010년 북한 당국이 일본의 조총련과 관련된 인사가 운영하는 기업에 15만 달러의 송금을 지시하면서 홍콩에 등록돼 있는 훙샹그룹 대표의 계좌를 지정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훙샹그룹 외에도 여전히 북한에는 현금이 흘러 들어갈 여지가 많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21일 공개한 국가별 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과 북한의 8월 무역총액은 6억 2829만 달러(7117억 원)로 작년 같은 달 4억 8335만 달러보다 29.9%가 증가했다. 중국의 8월 대북 수출액은 3억 3695만 달러로 무려 41.6%가 늘어났고 중국이 북한에서 들여오는 수입액도 2억 9134만 달러로 18.7% 증가했다.
한국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의 분쟁·안보 연구기관인 C4ADS도 19일 “1년 6개월에 걸쳐 북한의 무역 관련 데이터를 공동 분석한 결과 현재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 기업과 합법적으로 무역 활동을 하는 북한 기업 상당수가 제재 대상 기업의 소유이거나 계열사 등의 형태로 엮여 있어 사실상 ‘제재 회피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최근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한 몸값으로 건넨 ‘현금’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21일 열린 미 상원 은행 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마이클 무카시 전 법무장관은 이란이 이 현금으로 “현금에 굶주린 상태인” 북한으로부터 핵무기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이란에 그동안 억류됐던 미국인 석방을 위한 몸값으로 17억 달러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물론 미 정부는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바로 ‘현금’을 지급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가 간 거래된 현금은 주로 테러나 불법자금으로 쓰인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란과의 거래 지불이 “모두 현금” 이었다며, 현금 거래는 테러리즘 자금의 심각한 위험성을 증가시킨다고 20일 보도했다. 테러 자금세탁방지를 목적으로 프랑스 파리에 설립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에도 “국제간 이루어지는 물리적 통화 거래는 불법자금과 자금세탁, 그리고 테러리즘 자금에 이용될 수 있는 주요 방법들 가운데 하나”라고 명시돼있다.

결국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대량의 ‘현금을 차단’하는 것만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북제재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는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 현금이 들어가고 있을 가능성과 관련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시적인 조치를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며 “기성 제도의 강화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금융 체제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정권은 처음부터 경제 제재를 각오했고 불편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해외 압력은 오히려 북한 중앙정부의 힘을 강하게 해주는 역효과를 몰고올 수 있다”고 제재 효과에 대한 회의를 드러냈다. 현재 유엔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라 지난 3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270호보다 더 높은 수위의 제재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 대북 제재안에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등도 제재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았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또 “경제 제재 자체에 대해 효과가 있는지 의심”이라며 “불투명한 은행 거래와 금융 투자, 그리고 암시장 자체가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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