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공장 폐쇄 논란의 발단은 ‘조선업’에 있다. 후판은 주로 선박 등에 사용되는 두꺼운 강판이다. 조선업의 구조조정과 수주 절벽 영향으로 선박 건조량이 감소하면 향후 후판 업황이 더욱 위축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선업 부실의 여파가 철강업으로 전이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한진해운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 등은 선제적 움직임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 또한 지난 19일 국내 철강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합병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대대적인 산업재편이 필요하다는 파격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앞서 2개의 후판공장을 정리했고,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강 3사는 후판 고급강(TMCP, 후판 및 열처리 후판 등 원유수송용·플랜트용 등에 사용되는 후판류)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철강업체들이 이미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황에서 또 한번의 극적인 감산은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깎아내릴 수 있다. 대대적인 축소가 이뤄지면 최근의 공급과잉을 촉발시킨 중국산 수입제품이 자리를 메우고, 국내 업계의 시장지배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대신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 구조조정이 시장 논리에 따라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원샷법(기업활력특별제고법)을 활용해 업체들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돕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세제 감면을 확대하는 것 등이다.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국내 철강제품에 대한 무역규제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반면 덤핑 등에 대한 정당한 수입규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순 숫자와 ‘공급과잉은 정리대상’이란 논리에 함몰돼 국내 철강업체의 글로벌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근본적인 목표인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제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