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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수녀, 선종 후 19년 만에 카톨릭 성인 반열에

테레사 수녀, 선종 후 19년 만에 카톨릭 성인 반열에

기사승인 2016. 09. 0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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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국 정상 등 참석…성베드로 광장 주변 보안 강화

'빈자의 성녀'로 불리며 극빈자와 소외된 자를 돌보는 데 평생을 바친 테레사 수녀가 가톨릭 성인의 반열에 오른다.


교황청은 4일 오전(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테레사 수녀의 시성식과 시성미사를 거행한다.


테레사 수녀가 가톨릭 성인이 되는 것은 그가 빈민들을 위해 헌신하다 인도 동부 콜카타에서 1997년 9월5일 선종한 지 꼭 19년 만이다.


가톨릭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와 길게는 수 세기에 이르는 지난한 세월이 필요하지만 테레사 수녀는 생전에누린 대중적인 인기와 전·현직 교황의 각별한 배려 덕분에 이례적으로 빨리 성인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197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그는 가톨릭 교단을 넘어 20세기를 통틀어서도 가장 상징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테레사 수녀와 깊은 우정을 나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런 이유로 테레사 수녀가 선종한 지 불과 2년 만에 시복 절차를 개시, 2003년 테레사 수녀를 복자로 추대했다.


복자품에 오르기 위한 필수 요건인 기적으로는 1998년 테레사 수녀에게 기도해 위 종양을 치유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도 여성 모니카 베르사의 사례가 가톨릭 교단에 의해 인정받았다.


교황청은 이어 작년 12월 다발성 뇌종양을 앓던 브라질 남성 마르실리우 안드리뉴(43)가 2008년 테레사 수녀에게 기도한 뒤 완치된 것을 테레사 수녀의 두 번째 기적으로 인정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 3월 테레사 수녀의 성인 추대를 공식 결정했다.


테레사 수녀의 삶 자체가 가톨릭이 지향하는 자비의 사표가 될 뿐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즉위 때부터 '가난한 교회'로 돌아갈 것을 강조해온 터라 '자비의 희년'에 맞춰 테레사 수녀의 시성식을 열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작년 12월18일 선포해 오는 11월20일 막을 내리는 '자비의 희년'의 절정으로 여겨지는 테레사 수녀의 시성식에는 전 세계에서 약 10만 명의 신도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2번째 기적을 증언해 시성식을 앞당긴 브라질 남성 안드리뉴도 부인과 함께 참석한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그는 시성식을 앞두고 바티칸 기자단을 상대로 한 회견에서 "2008년 뇌질환으로 병원에서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지만 수술 직전에 두통 등의 증상이 깨끗이 사라졌고, 수술 없이 몇 달 후 일상에 복귀했다"며 "이 모든 것이 테레사 수녀에게 기도한 덕분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안드리뉴 씨는 또 약물 후유증 등으로 임신이 어렵다는 의사들의 예상을 깨고 아이도 2명을 낳아 기르고 있다며 테레사 수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시성식에는 테레사 수녀가 거의 평생을 바쳐 봉사한 인도가 수슈마 스와라지 외교장관 등 정부 각료 12명을 대표 사절단으로 파견했고, 13개국 정상과 바티칸 주재 외교 공관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한다.


올 들어 바티칸에 최다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성베드로 광장 주변의 보안도 부쩍 강화됐다.


이탈리아 경찰 3천 명이 성베드로 광장과 로마 시내 주요 지역에 배치돼 대테러 단속을 펼치는 가운데 성베드로 광장으로 연결되는 차도가 전면 차단됐다. 광장 주변 상공은 이날 낮 동안 비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이탈리아 공군의 감시를 받는다.


교황청 산하 바티칸 라디오는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평소 사용하는 6개국어 이외에 테레사 수녀의 모국어인 알바니아어로도 시성식을 생중계한다.


테레사 수녀는 현재는 마케도니아의 수도이지만 당시엔 오스만 투르크에 속했던 스코페에서 알바니아계 부모 슬하에서 태어났다.


1928년 아일랜드에서 수녀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듬해 인도로 넘어가 약 20년 동안 인도 학생들에게 지리 과목을 가르치다 1950년 '사랑의 선교회'를 세워 극빈자, 고아, 죽음을 앞둔 사람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했다. 그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는 현재 130여개 국에서 빈민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테레사 수녀가 빈자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데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단순 구호에만 치중하고, 독재자들이 건넨 자선기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등 한계를 안고 있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 그가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을 가톨릭으로 개종하려 한 '종교적 제국주의자'였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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