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영화·캐릭터·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면서 ‘금융 별동대’를 구성, 수익성 악화라는 고비를 탈출하고 있다. 본지는 숫자에 익숙한 은행원이라는 편견을 깨고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승부하는 각 은행의 별동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시아투데이 윤복음 기자 = “우리끼리는 ‘어벤저스’로 통해요. ‘은행이 이런 일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영화 시나리오 회의부터 기획·투자까지 담당하고 있죠. 문화콘텐츠 금융부가 신설되면서 기업은행은 영화 투자 시장을 선도했을 뿐 아니라 은행내 수익성도 끌어올렸습니다.”
첫 번째 별동대는 IBK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 금융부’다.
2012년 기업은행은 은행권 중 최초로 문화콘텐츠 금융팀을 만들었다. 영화나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에의 투자와 대출로 새로운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당시만해도 업계에서는 ‘은행이 무슨 영화 투자냐’라는 시선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기업은행은 문화 콘텐츠팀을 부로 승격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영화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관상·베를린·수상한 그녀·명량 등의 영화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흥행 성적도 만족스러웠다. 업계에서는 이미 ‘기업은행이 투자하면 성공한다’는 얘기가 정설로 자리잡고 있다.
문화콘텐츠 금융부는 투자·금융·기획 등 총 3개의 팀으로 이뤄져있다. 팀원은 총 13명이다. 매주 금요일엔 시나리오 회의를 한다. 기업은행에 투자 제안한 기획사 등으로부터 시나리오가 오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작품의 연출, 감독, 배우, 캐스팅, 개봉 후 경쟁작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동현 팀장은 “예상 관객수와 손익분기점은 투자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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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대리는 영업점에서 근무하다 자원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평소 영화와 투자쪽에 관심이 많아 지원하게 됐다”면서 “주말에도 영화나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를 많이 접하고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이 일 같지 않고 즐겁다’는 박 대리는 부서내에서 ‘팔팔이’로 통한다. 그의 친형이 운영하는 가게 이름이 ‘팔팔이’이기도 하고, 실제 그의 ‘팔팔한 에너지’도 별명에 한몫했다.
그동안 은행권의 인재상은 숫자에 능하고, 기발함 대신 익숙한 업무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금융부처럼 새로운 인재상이 떠오르고 있다. 빛나는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다.
‘어벤저스’로도 통한다는 문화콘텐츠금융부는 실제로 기업은행의 수익 창출에 있어서 ‘영웅’군단이 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관객수에 따라 수익률이 증가하고 있는 첫 케이스다.
이 팀장은 “우리 부서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으로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고 있다”며 “이 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직원들로 구성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