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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스트라입스 본사에서 이승준 대표를 만났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맞춤형 남성 셔츠 서비스 스트라입스는 창업 3년을 넘긴 중견 스타트업이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셔츠 디자인을 선택하면 스트라입스 직원이 직접 찾아가 고객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해준다. 한 번 사이즈를 측정하면 셔츠부터 팬츠, 재킷을 보다 쉽게 고를 수 있어 재구매율도 높다. 2013년 첫 선을 보인 후 셔츠에서 재킷, 맞춤정장, 구두까지 사업영역도 넓히고 있다.
패션산업은 인류의 문명 발달사와 궤를 함께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전통적인 영역이다. 하지만 여전히 옷을 살 땐 실패 확률이 높다. 보기 좋은 옷은 입었을 때 2% 부족하고, 모델의 착용 이미지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 “고객들이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잘 모른다면 우리가 직접 찾아가서 측정해주면 된다.” 이 대표는 남성들이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온라인 구매를 망설인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가 ‘글로벌 공룡’으로 불리는 SPA(유통·제조 일괄) 브랜드와 토종 중견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패션산업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의류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SPA 브랜드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SPA 시장 규모는 2010년 1조2000억원에서 2014년 3조4000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기회의 틈도 있었다. 3~4가지 사이즈로 일괄 생산되는 SPA 브랜드에 불편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이 대표는 “패션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진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SPA 브랜드와 경쟁에서 스트라입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고객들의 신체 사이즈다. 그는 “우리는 5만명에 가까운 고객들의 정확한 사이즈와 취향, 직업 등의 깊숙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 단계에선 1대1 고객 응대에 사용되지만 5만명의 고객이 10만명이 되고 50만명이 되면 보다 유의미한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포화상태인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린 스타트업이다. 많이 성장했다고 해도 우리 회사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기업들이 많다”며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레드오션인지 블루오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잘하는 플레이어(회사)들은 레드오션에서도 길을 찾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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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업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도록 관리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트라입스의 전 임직원은 업무를 진행할 때 관리시스템에 반영한다. 이 대표는 “하루면 할 일을 이틀이 넘도록 붙잡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업무 과정을 세세하게 쪼개서 살펴보면 불필요한 단계를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정에 상관없이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구조화된 단계를 거쳐서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관리시스템 구축은 창업 3년차에 접어든 스타트업의 고충이 묻어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지만 사업은 할 수 없다”며 “사업을 하려면 말도 안 되는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촘촘한 관리시스템은 스트라입스의 실행력을 견인하는 장치인 셈이다.
남성패션 O2O 시장에서 스트라입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내년까지 전국단위 서비스 구축, 아시아의 수많은 도시들 중 3~4곳에 추가로 해외진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진출은 다양한 방법을 놓고 고민 중이다. 스트라입스에서 판매되는 셔츠와 재킷 등을 제조하는 공정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것도 목표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