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여론 의식 갈등 조장
당리당략만 따져선 안돼"
|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민적 갈등을 치유하고 수습하며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권은 각 당 마다 국가적 사안에 대해 지지층·지역민들의 여론만 살피면서 갈등을 조장하고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2012년 대선과 2017년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국민통합’이라는 화두와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실제 사드배치가 발표된 지 3주가 지난 현재까지 정치권은 국론 분열을 해결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1일에는 여야 지도부 간 설전을 벌였다.
포문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열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당이 사드 배치가 예정된 경북 성주를 방문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이 분열을 유발하고 갈등을 확대 재생산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등 국책사업이 있을 때마다 정치권이 국가적 분열과 혼란을 부추겼던 일이 많았다”면서 “돌이켜보면 그런 일들은 국익과 국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자기는 그러면 국론 통일하러 성주에 갔느냐”면서 “누가 할 말을 누가 하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새누리당 원내대표 일행이 지난달 26일 성주를 방문한 것을 염두에 둔 듯 “그러면 정 원내대표는 국론을 통일하러 갔나. 말은 조심해야 한다”고 신경전을 벌였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과 김형탁 부대표도 이날 성주를 찾아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와 간담회를 연 뒤 사드배치철회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이를 두고 “군민이 항의의 뜻으로 집회를 열 수 있지만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이 정치적 선동으로 비춰지는 촛불집회에 가세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는 3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박주민 손혜원 표창원 안민석 이상민 의원 등이 성주를 방문키로 했다. 손 의원은 최근 SNS에 “8월3일, 오후 8시, 성주 촛불집회에 참석합니다”며 “지금 이 순간, 국익을 위해 행동하는 진짜 집단이기주의를 보여줍시다”라고 썼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국가 안보를 이용해 선명성을 부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사드 배치와 관련한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마련해 국민적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보 문제에 대해선 사익이나 당 이익을 떠나야 하는데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여야 영수회담 등을 통해 여당 내 반대세력이나 야당의 합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남남갈등이나 친중이냐 친미냐라는 진영론에 끼어서 분열하거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선 안 될 것”이라며 “사드 배치 논란이 확대된 배경에 절차상의 문제가 있던 만큼 정부가 국익과 관련된 토론을 활성화하거나 불가피성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것이 갈등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