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끊이지 않는 병영악습’ 전문가 진단과 해법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60731010014635

글자크기

닫기

김종원 기자

승인 : 2016. 08. 01. 09:02

'연대 책임' 고강도 처벌 위주론 한계...미군처럼 개방적인 쌍방향 의사소통 시스템 강구 절실... SNS·인터넷·온라인·모바일 시대 맞게 군 문화·조직도 혁신 시급...임무 전념형 군대 변모, 병영문화혁신 필수
이상훈 해병대사령관, 우도경비대 방문
이상훈 해병대사령관이 지난 7월 1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최전방 연평부대 우도경비대 현장을 찾아 지휘통제실에서 작전대비태세를 점검하면서 일선 장병들을 살갑게 격려하고 있다. 최근 해병대는 연이어 터진 병영 악습을 근절하기 위해 이 사령관이 직접 편지를 쓰고병영 혁신운동을 직접 챙기고 있다. / 사진=해병대 제공
경기도 양주의 육군 모 기계화보병사단 직할대대에서 벌어진 한 장교의 ‘성적 가혹 행위’와 지휘관의 묵살은 단순히 해당 부대 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우리 군은 병영 악습이나 폐습을 근절하기 위해 수도 없이 병영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실천을 강조해 왔지만 병영 악성 사고가 터질 때만 반짝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할 뿐이지 근본적인 해법이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선 병사들의 일탈이나 가혹 행위도 문제지만 일부 간부와 장교들의 부적절한 부대·병력 관리도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전에는 ‘관심 병사’, ‘문제 병사’가 군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면 지금은 ‘관심 장교’, ‘관심 부사관’, ‘관심 간부’가 우리 군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지적된다.

아시아투데이가 31일 양주의 해당 부대 병사 부모들의 제보를 받은 ‘성적 가혹’ 행위 뿐만 아니라 우리 군이 병영 내 폭행과 가혹 행위 근절을 위해 수년 째 강도 높은 혁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병영 악습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국방부 군사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병영 안에서의 괴롭힘이나 가혹 행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경기도의 한 육군 부대에 근무한 A 병사는 후임인 B 일병이 자면서 코를 곤다는 이유로 괴롭혔다. A 병사는 B 일병 허벅지에다 오줌을 싸기도 했다.

공군 모 부대에 근무하는 A 장교는 부하 여군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다 적발됐다. A 장교는 2013년 2월 지상안테나를 정비하던 중 아이디(ID) 카드 뭉치를 빼내 부하 여군의 전투복 오른쪽 위 주머니에 넣기도 했다. 부하 여군이 건네 준 껌을 씹은 뒤 껌 종이를 전투복 오른쪽 위 주머니에 찔러 넣기도 했다.

한미 연합훈련
해병대 K-1 전차부대가 지난 7월 6일 경북 포항 해병대 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 해병대 연합 공지전투 훈련에 참가해 K-1 전차부대가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우리 군이 진정한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병영문화 혁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 해병대 제공
군사법원은 “피해자의 전투복 상의 주머니에 ID카드 뭉치와 껌 종이를 집어넣은 행위는 20대 미혼 여성이자 초급 간부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유형력의 행사”라면서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여성의 가슴 부분에 대한 추행 행위”라고 판결했다.

육군 모 부대의 A 병사는 지난해 생활관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후임병의 활동복 반바지와 팬티를 모두 벗기고 관물대 쪽으로 던졌다고 한다. A 병사는 관물대 앞에 던져진 팬티를 주워 입은 후임병에게 다가가 2~3회에 걸쳐서 계속 벗기려고 시도했다.

군사법원은 “여러 명이 있는 생활관에서 피해자의 엉덩이를 드러낸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행해진 유형력의 행사이며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폭력적 행태에 의해 침해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국방·안보 전문가인 정표수 순천대 초빙교수(전 공군 인참부장)는 31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병영의 악습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군 조직과 문화 자체가 폐쇄적인 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 군의 폐쇄적인 조직이나 문화, 시스템 전반을 이제는 세계 최강 미군이나 선진국 군대처럼 개방적인 쌍방향 의사소통 방식으로 바꿀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금 ‘마음의편지’나 소원수리함 등은 너무 전근대적으로 고충과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이라면서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온라인·모바일, 스마트폰 시대에 맞게 우리 군의 소통과 고충 해결 방식, 구조적인 시스템을 하나씩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교수는 “현재 병영에서 일어나는 악습이나 폐해가 쉽사리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잘 고쳐지지도 않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일선 말단 병사가 한 명만 잘못해도 소대장과 중대장, 대대장과 연대장, 사단장까지 연대 지휘책임을 묻고 인사고과와 근무평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가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현재 일선 사단장들이 북한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준비하고 고민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최말단 병사들의 사건·사고 때문에 연대 책임을 지는 것은 결국 처벌위주로 손쉽게 접근하는 것이며 결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가 없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우리 군이 전투나 작전, 훈련에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한 군 본연의 임무 전념형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도 근본적인 병영 혁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가시화 되고 노골적인 상황에서 정말로 우리 군이 본연의 임무를 잘 해 나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병영문화로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면서 “미군처럼 신상필벌은 강화하면서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쌍방향 소통방식으로 군의 문화와 조직,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종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