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뭐볼까] '엽기적인 그녀2'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과욕이 만든 불량품!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고, 설마는 '영화'를 잡았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2'를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이 영화의 완성도는 '엉망'이다. 좋은 추억을 남기고 떠난 '그녀'는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전작과의 연속성은 원조 엽기녀(전지현)가 비구니가 돼 절로 들어가는 순간 뚝 끊어졌고, 새로운 엽기녀(빅토리아)는 밋밋하기 그지 없었다. 이야기는 빤했고, 캐릭터는 단순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설계한 웃음 포인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이다. '황당하다'는 의미로 몇 번 코웃음을 쳤을 뿐, 단 한 번도 기분 좋게 웃지 못했다. 모든 면에서 아쉬웠다.
[영화뭐볼까] '엽기적인 그녀2'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과욕이 만든 불량품! |
'엽기적인 그녀 2'는 원조 엽기녀의 때아닌 '출가'로 실연을 당한 30대의 견우(차태현)가 우연히 첫 사랑 그녀와 재회, 결혼에 이르면서 펼쳐지는 신혼 이야기를 그린다. 전작에서 놀고먹는 대학생이었던 견우는 취업준비생이 됐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던가. 전지현이 빠진 '엽기적인 그녀 2'는 상당 부분을 견우 캐릭터에 의존한다. 나이만 먹었지 전작에서처럼 술을 진탕 마신 채 역전 벤치에 누워 자는 견우는 착하지만 철 없는 '어른아이'의 모습 그대로다. 전작의 향수를 거의 느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견우의 존재는 그 자체로 반갑다.
[영화뭐볼까] '엽기적인 그녀2'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과욕이 만든 불량품! |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이 '엽기적인 그녀 2'인 만큼 영화는 관객들이 기대하는 '새로운 그녀'의 엽기성을 도드라지게 표현했어야 했다. 전작이 성공했던 이유 역시 전지현의 캐릭터가 그 당시의 보통 여성상을 제대로 반전시켜 '엽기적'이란 표현에 상통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빅토리아가 맡은 새로운 그녀는 과거 그녀에 비해 지나치게 평범하다. 느닷없이 견우에게 폭력을 일삼는 것은 전작에서 그대로 가져다 쓴 설정이기에 참신하지 않으며, 매일 다른 나라의 의상을 입고 그 나라의 말을 쓰면서 사랑을 속삭인다는 설정 역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과장이 아니다.
툭툭 끊기는 이야기의 흐름 역시 관객들의 냉소를 자아내는 요소다. 족히 20년 이상의 시간이 경과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견우와 그녀는 '나쁜 시나리오' 때문에 아주 우연히 재회하고 운명을 가장해 결혼한다. 영화는 이들의 관계와 정서를 설명하기 위해 '꼬마 로맨스'를 넣는다. 하지만 이처럼 상투적이고 진부한 이야기가 관객들의 감정을 동요시킬리 만무하다.
'엽기적인 그녀 2'는 과욕의 산물이다. 이 영화는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 아니라, 단추 자체가 불량이었던 작품이다. '나쁜 시나리오에서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이 영화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영화는 '품행제로' '그해 여름'을 연출한 조근식 감독의 신작으로 12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