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서진의 가장 큰 매력은 예능에서나 드라마에서나 참 편안해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예능에서의 그는 편안함을 넘어 자유롭고 솔직하다. '하기 싫은 것은 억지로 하지 않는다' '큰 부담 없이 재밌게 하면 대체로 결과도 좋은 것 같다' 그와 나눈 대화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몇 구절이다.
실제로도 그는 참 편안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다. TV 속 모습 그대로 투덜대는 듯 밉지 않은 화법을 구사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인터뷰는 금세 유쾌한 토크쇼로 바뀌었다. 젠체하지 않아 더 친근했던 '투덜이 순종남' 이서진, 그에게서 독특한 낙천주의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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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결혼계약' 이서진 "유이 열애가 연기에는 도움됐죠!" / 사진=조준원 기자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을 잘 마친 뒤 곧바로 KBS2 새 예능 '어서옵Show'로 활동 모드를 전환한 이서진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빤한 이야기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 어려워 보였던 '결혼계약'이 인기리에 종영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이서진과 유이의 훌륭한 연기력과 앙상블이었다. 열혈 시청자들은 두 배우가 실제 열애 중이지 않을까 의문을 품기도 했다. 그런데 드라마가 종영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이와 이상윤의 열애설이 터졌다. 이에 대한 이서진의 반응이 궁금했다.
"이런 드라마는 여운이 좀 길게 남는 게 좋은데 유이씨가 그 여운을 너무 빨리 정리해버렸죠. 유이가 누구와 교제하고 있는 것 같은 낌새는 알아차렸는데 그 상대가 이상윤인 줄은 몰랐어요. 지금에 와서는 몰랐던 게 나은 것 같아요. 알고 연기하면 신경이 쓰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남자친구가 보면 기분 나쁠 만한 장면도 있었으니까요.(웃음)"
이서진의 너스레는 자연스레 유이에 대한 칭찬으로 이어졌다. 둘의 실제 나이 차는 17년. 드라마 시작 때부터 둘의 나이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갔지만 정작 그는 이를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혼계약' 대본 상 유이처럼 20대 후반의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유이가 잘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잘 해줬고 잘 견뎌냈죠. 사실 저와 비슷한 또래의 배우보다는 어린 여배우가 대하기 편하죠. 유이가 저를 믿고 잘 따라와 줘서 스킨십 장면 같은 것도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유이는 촬영 현장에서도 전혀 피곤한 내색 없이 모두와 잘 지냈어요. 어렸을 때 운동(수영)을 해서 그런지 근성이 있더라고요.(웃음)"
극 중에서 이서진과 유이는 위장결혼을 통해 부부의 연을 맺고 지내다가, 실제로 사랑에 빠진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혜수(유이)와 그의 곁을 끝까지 지켜주는 지훈(이서진)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둘은 진한 스킨십을 나눈다. 이러한 장면들이 시청자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저와 연출을 맡은 김진민 PD가 또래에요. '예전에 누구를 만날 때 이러지 않았어?'하는 얘기들을 주고받으면서 즉석에서 만든 스킨십 장면들이 많죠. 지훈과 혜수는 단순히 교제하는 사이가 아니잖아요. 결혼을 한 부부이기 때문에 조금 과한 스킨십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고, 이렇게 표현해야 시청자들이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더구나 혜수가 시한부라는 것을 지훈이 알고 있기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더 잘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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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결혼계약' 이서진 "유이 열애가 연기에는 도움됐죠!" / 사진=조준원 기자
새로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 얘기로 화제를 돌려봤다. 그동안 이서진은 나영석 PD가 연출하는 리얼 예능 프로그램 tvN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 시리즈에만 출연, 실제와 진배없는 모습으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랬던 그가 처음으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MC를 맡았다. 함께 진행을 맡은 이는 노홍철과 김종국. 개중 한 눈에 봐도 잘 어울리지 않는 노홍철과의 호흡이 궁금했다.
"노홍철은 과거에 제가 '이산'이라는 드라마를 찍을 때 '무한도전' 팀이 엑스트라로 참여해 그때 본 것이 전부였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죠. 이번에 만나서 같이 방송을 해보니까 실제로도 저와 너무 반대인 거에요. 그래서 제작진이 저랑 붙은 것 같더라고요. 저는 뭐든 하기 싫어하는데, 노홍철은 뭐든 하려고 해요. 저한테 자꾸 와서 치근덕대는 것을 애써 밀어내고 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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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결혼계약' 이서진 "유이 열애가 연기에는 도움됐죠!" / 사진=조준원 기자
이서진은 '어서옵Show'가 잘 됐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큰 부담을 안고 방송에 임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굳이 뭘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정확한 변이다. 지난 주 첫 방송된 '어서옵Show'에서 그는 정말 뭘 하려고 들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호응했다. 어느새 '이서진식 낙천주의'에 중독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