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20일 대만 차기 총통에 취임할 예정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60) 당선자가 임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파격적 인사로 화제를 부르고 있다. 향후 대일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주일대표부 대표에 대만 정계의 대표적 거물인 셰창팅(謝長廷·69) 전 행정원장을 내정하는 과감한 인사를 단행한 것. 더구나 그가 2008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후보로 출마까지 했다는 사실까지 더하면 이번 인사는 진짜 파격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셰창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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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 당선자와 셰창팅 주일대표부 대표 내정자./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의 22일 전언에 따르면 차이 당선자가 마치 오래 전부터 준비한 인사인 듯 셰 전 행정원장을 주일대표부 대표에 내정한 목적은 분명하다고 해야 한다. 그나마 국제사회에서 친대만 경향이 강한 일본과 관계를 강화해 갈수록 좁아지는 생존 공간 확보를 넓히려는 의도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일본이 중국과 갈등을 지속하는 것 역시 인사의 배경이 됐다고 해도 좋다. 이 경우에는 적의 적은 친구라는 단순 논리가 적용됐다고 보면 될 듯하다.
셰 전 행정원장은 대만대학 법학과 출신으로 일본 교토(京都)대학에서 석,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대만 정계 내에 별로 많지 않은 일본통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원장 출신에 총통 후보를 지내지 않았다면 그를 주일대표부 대표로 내정한 것은 따라서 탁월한 선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 막강한 스펙은 아무래도 많이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곧 야당이 될 국민당 뿐 아니라 민진당 내부에서도 다소 무리한 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원래도 크게 나쁘지 않았던 대만과 일본과의 관계는 이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그가 일본통 정치거물답게 활약할 경우 양측의 관계는 밀월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급속도로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특히 최근 들어 더욱 밀접해지고 있는 양측의 경제 협력은 사상 유례없는 황금기를 구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중국이 아직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기는 하나 그의 기용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은 이로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