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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침입죄’는 타인의 집에 허락을 받지 않고 들어가는 경우 처벌하는 범죄로 여기기 쉽지만 생각보다 처벌 범위가 매우 넓다. 7일 전문가들은 “공용계단이나 복도 등도 사적공간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이 경우까지 포함해 주거침입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주자의 허락 없이 아파트 현관문을 잡아당기면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있다. 찻집 여주인을 강제 추행하고 주거지인 아파트 현관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손잡이를 당긴 혐의(주거침입)로 기소된 70대 노인은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1년2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공용으로 사용하는 계단과 복도는 주거로 사용하는 가정의 필수적인 부분인 만큼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의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간 데다 복도를 통해 집 현관 앞까지 간 것은 이미 주거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처럼 여러 사람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은 공동출입문을 통해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자의 허락 없이 들어가 초인종까지 누른 것은 주거의 평온을 해쳤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공동주택의 경우 거주자 허락 없이 공용 엘리베이터나 계단만 이용해도 주거침입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밀린 우유 대금을 받기 위해 빌라에 들어가 고객의 집 현관문을 두드린 행위에 대해선 ‘주거침입죄가 아니다’라는 판결이 있다. 재판부는 지난 2월 “집 출입문 바로 앞까지 늘 출입하던 곳이라 출입에 대한 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앞서 2008년 주택시설의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간 절도범에게 대법원이 야간주거침입절도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다.
정재은 변호사(법무법인 세광)는 “주거침입의 가장 큰 판단기준은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해쳤는지 여부”라며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간 절도범 판례의 경우 사실상 안에 있는 거주자의 평온을 해치지 않았기 때문에 주거침입죄 부분을 무죄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