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장수기업, 가업승계 시 상속세·증여세에 지분 상당 부분 팔아 경영권 사수 어려워
개성공단에 올인한 기업 경영 정상화 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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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계를 다시 이끌게 된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 회장이 중견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중견련 제9대 회장으로 선임돼 연임에 성공한 강 회장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현재 중견기업 비율이) 0.1%에서 1%만 돼도 (한국 경제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정책 및 법률 지원을 요청했다.
강 회장은 “국내 중견기업은 3000여개(0.1%) 밖에 안되지만 전체 법인세 33조 중 24%에 달하는 8조를 부담하고 있다”며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감소세였지만 중견기업만 3.2% 수출이 증가했다. 한국콜마, 다이소 등과 같은 기업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 중견련이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의 가업승계가 ‘부의 세습’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 회장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중소기업진흥법개정안과 관련, “명문장수기업을 육성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통과됐다”며 “가업승계는 돈이 아니라 주식을 물려주는 것인데 한국은 가업을 넘길 때 상속세·증여세를 내기 위해 지분의 상당 부분을 팔면서 경영권을 사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가업승계 후 적대적 M&A(인수합병)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중소기업 간 이분법적인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정부의 많은 법령들이 대·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인 인식에 고착돼 있다”며 “중견기업은 바로 중소기업에서 성장한 기업들인 만큼 획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산업 생태계와 시장 변화에 맞게 정책을 펼쳐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또 강 회장은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해선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생긴 만큼 정부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상이 맞는지 대출이 맞는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신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절반 정도는 개성에 올인한 기업이기 때문에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각계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