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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금융권, ISA 출시 앞두고 벼락치기

[취재뒷담화]금융권, ISA 출시 앞두고 벼락치기

기사승인 2016. 03. 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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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고운 경제부 기자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출시를 앞두고 은행원들이 벼락치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은행에도 일임형 ISA를 허용하면서 은행원들은 당장 펀드·파생상품 투자권유를 위한 자격증을 따야 하기 때문입니다.

은행권은 자격증 취득을 위해 금융투자협회에 특별시험 추가 개설을 요청했고 28일 파생상품투자권유자문인력 시험이 치러집니다. 은행원들이 28일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다음 시험이 열리는 6월과 11월까지 ISA상품 판매는 물론 상담을 할 수 없습니다. 은행원들은 가뜩이나 성과주의 확대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 자격증을 따지 못할 경우 ‘저성과자’로 낙인 찍힐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는 이달 14일부터 일임형 ISA와 신탁형 ISA 모두 판매할 수 있지만, 은행은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자로 등록해야할 뿐 아니라 자격증까지 취득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상황입니다. 이에 은행원들은 한 달여 만에 자격증 공부를 시작해 통과를 해야 하는 웃지 못할 벼락치기 공부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이는 사실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제도 변경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9월 ISA 도입 기본 방향을 발표하고, 1년 후인 지난해 8월 구체적인 도입방안을 내놓는 등 1년 반을 준비했습니다. 그동안 금융회사가 고객으로부터 투자 의사 결정권을 일임받아 자금을 운용하는 일임형은 증권사 고유의 영역으로 보고 은행에는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출시를 불과 한 달여 앞둔 1월 말 은행에도 일임형 ISA를 허용했습니다. 은행과 증권사 모두 ‘벼락치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이달 중순에 출시하는 증권사는 고유의 영역을 사수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퍼붓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와 고객수 모두 월등히 앞선 은행에 고객을 빼앗기기 전에 선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보다 보름가량 늦게 출시하는 은행들도 직원들에게 영업실적을 할당하고 거액의 경품을 내거는 등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금융당국도 벼락치기에 돌입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2일부터 투자일임업 자격을 갖춘 금융사들로부터 ISA 모델 포트폴리오 보고를 받습니다. 이를 위해 6명의 인력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습니다. 금감원은 “충분한 인력을 지원해 심사의 충실화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짧은 시간에 약 50개의 금융사들이 보낸 자료를 제대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벼락치기식 대응은 훌륭한 성과보다는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1년 반을 준비한 금융권 야심작인 ISA는 벼락치기가 아닌 철저한 준비와 조율로 마무리돼 업계와 고객 모두에게 성공사례로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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