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엘만 "태평양, 중국의 호수가 될 것인가 미국의 호수가 될 것인가"
|
벤자민 엘만 교수는 11일 아시아투데이 상임고문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부상’이란 개념에 관해서는 여러 관점이 존재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엘만 교수는 “미래는 태평양 중심으로 구축될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태평양이 ‘중국의 호수’인지 아니면 ‘미국의 호수’인지에 대한 것”이라며 “그 호수에서 한국과 일본은 어떤 역할을 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21세기 중국의 부상은 지배권을 위한 새로운 싸움을 야기할 것”이라며 한국의 역할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특히 “왜 미국은 한국이 통일한다 해도 철수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는 것일까”라고 반문하면서 “만약 미래에 북한 체제가 붕괴되고 정권이 바뀌어 한국과 통합이 시작된다면 과연 미군기지가 한국에 계속 머물러야 할 지 여부에 대해 (미국은) 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벨 교수는 “중국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세계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다. 중국의 상대적·정치적·경제적 무게는 크게 늘어났다”며 빈곤 감소가 중국의 영향 중 하나라고 꼽았다.
그는 이어 “중국이 달성한 또 다른 업적은 1979년 이후부터 전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면서 “미국 정부는 중국의 위협적인 군사적 부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나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미국의 우려가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벨 교수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군사적 장벽은 세계무대를 상대로 무역과 금융을 하고자 하는 중국의 욕망을 고려했을 때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앞으로도 미국이 지배적인 군사력을 유지할 거라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오히려 통일이나 평화 협정 후 한국에서의 입지를 더 굳힐 수 있다. 문제는 그 입지가 군사적인 것인지 아닌지 여부”라면서 “미국은 기존 군사는 변화한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만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역할과 관련해 “한국은 중국과 미국 간의 중개인 역할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한국 모두 20세기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20세기 후반까지 일본은 경제 및 국제 관계에 있어서 중심적인 국가였으나, 최근 중국의 부상이 일본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후쿠시마와 같은 핵 문제로 일본은 점점 동아시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며 일본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점점 중국과 한국이 특히 무역과 기술 분야에서 우세해지고 있다. 한국은 무역, 제조업, R&D 등 많은 분야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과 미국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중국은 우세한 위치에 남을 수도 있지만 유일하게 남지는 않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중국은 일본과 베트남과도 더 상대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본 반면 “미국은 현재의 추세로 볼 때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국 칭화대에서 정치이론을 가르치고 있는 다니엘 벨 교수는 현재 베르그루엔 철학문화 연구소장으로 재임 중이다. 중국사상사 전문가인 그는 중국의 메리토크라시 (meritocracy ·능력주의) 시스템이 서양에서는 볼 수 없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저서로는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에서 출판된 ‘The China Model: Political Meritocracy and the Limits of Democracy (차이나 모델: 메리토크라시 정치 체제와 민주주의의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