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외고]투자상품으로 진화한 ‘황금’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60121010013514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16. 01. 22. 06:00

윤석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보
윤석윤 파생상품시장본부장보4
윤석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보
야구에 문외한이지만 곁눈질로 경기를 접할 때마다 의아하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었다. 아무리 뒤져봐도 4할대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41년 테드 윌리암스가 세운 0.406의 기록이 아직 깨지지 않았고, 한국에는 프로야구 원년의 백인천 감독이 세운 0.412의 기록이 처음이자 마지막 4할로 남아있다는데 꿈의 타율로 불리는 4할 타자는 21세기에 더 이상 탄생하지 못하는 것일까?

어느 생물학자는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절멸한 것은 타자의 수준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야구가 진화한 까닭으로 보았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야구선수 개인의 능력을 한계치까지 끌어 올려 상향평준화 시켰고 타자의 수준이 0.260대에 집중되어 4할 타자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접근을 금융산업 분야에 적용하면 최근 출시되는 금융상품의 상향평준화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공학을 이용한 다양한 금융상품이 고도로 체계화돼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신 평균수익률을 크게 벗어나는 상품의 확률은 4할 타자 멸종하듯 감소한다.
만만치 않은 운용보수·소득세 등도 금융상품의 실질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물론 높은 리스크와 높은 수익률을 맞바꾸는 상품도 있지만 금융상품의 선택을 위해서는 소비자도 상향평준화 돼야 한다는 점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비평준화(?)로 80년대 국제 금가격은 지독한 널뛰기를 해왔다. 당시 국제가격과 국내가격의 괴리가 커서 국내 금값은 널뛰는 국제가격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고 밀수·불량금이 많아 재테크 수단으로 금이 부동산을 대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까지 온스당 1000달러 이하로 금값이 폭락할 것을 예측한 미국의 한 투자자문사의 분석은 새해 첫날 중국 주식시장 쇼크와 함께 빗나갔다. 중국의 주가가 약 20% 증발하는 동안 국내 금가격은 4.5% 올랐다. 금이 얼마나 뚝심 있는 위기관리 수단인지, 함부로 하락을 장담할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국제유가 30달러 붕괴로 심각한 글로벌 침체가 점쳐지고, 미국 금리인상은 부동산 시장에 한파를 몰고 올 걸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적어도 올해는 금이 가장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다.

금을 매매할 때 생기는 ‘해리’라는 관행이 있다. 20만원에 산 금반지를 되 팔때 10~15%인 2~3만원 정도의 금을 가공 손실로 뗀다는 뜻이다. 의외로 순금 골드바에도 해리가 생긴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금이 투자상품으로서 지닌 가장 큰 단점 중의 하나다.

그런데 최근 황금에 투자하는 방법이 획기적인 진화를 하고 있다. KRX금시장은 유래 없는 독창적 거래 방식을 지니고 있다. 최초로 증권사를 통해 주식처럼 금을 거래하는 KRX금시장은 면세혜택과 해리로 인한 누수를 원천 차단한다. 소량의 금이라도 상장주식처럼 믿고 거래 할 수 있는 혁신적인 투자수단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50% 이상의 금이 산업현장에서 사용된다. 세계 금 채굴량은 지난해를 피크로 점차 줄어들고 있어 결국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인간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품이자 투자자산으로서의 금이 ‘21세기 4할 타자’로 등극할 날이 올 것을 기대해 본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