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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달라져야 한다 上] 로스쿨 입학 과정 문제점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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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진 기자

승인 : 2016. 01. 04. 06:05

불투명한 전형 과정, 특정대학 및 저(低)연령대 편중 등 도마 위에
사법시험 폐지를 둘러싸고 법조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찬성과 반대 양 측으로 나뉘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들은 학사일정은 물론 정부가 시행하는 시험까지 거부하고 나섰고 고시생들은 삭발까지 감수하며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법무부의 ‘사시 폐지 4년 유예’ 방침 발표가 도화선이 되긴 했지만, 사시 폐지를 앞두고 어차피, 어떤 식으로든 불거질 문제였다.

이번 사태는 기본적으로는 각자가 속한 단체, 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로스쿨을 유치하지 못한 대학의 법학과 교수들이 ‘사시 존치’를, 이미 로스쿨을 운영 중인 대학의 교수들이 ‘사시 폐지’를 주장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로스쿨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사시 폐지’를, 고시생들이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것 역시 각자의 입장에선 생계가 걸린 문제다.

이 같은 논란의 근저에는 지난 2005년 다소 성급하게 도입이 결정된 현행 로스쿨 제도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건들이 전체 로스쿨의 실상을 반영한다 할 순 없겠지만, 로스쿨 입학과 졸업, 그리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취업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잡음은 로스쿨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마저 들게 하는 게 사실이다. 지금의 갈등은 결국엔 국민의 뜻을 모아서 국회에서 정책적인 판단을 통해 풀어야할 문제다.

하지만 사시가 계속 존치되든 폐지되든, 그와는 상관없이 로스쿨은 달라져야 한다. 사시 존치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로스쿨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우리나라 법조인 양성의 기본 제도로 자리 잡았다. 사시가 몇 년 더 존치되거나 혹은 계속 병존한다 해도 그 기본 틀이 바뀌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더 고민하고 매진해야 할지 분명해진다. 바로 현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고쳐나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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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전국 로스쿨 법무부 규탄대회’에 참석한 로스쿨생들(왼쪽)과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사시 존치를 주장하며 삭발시위를 한 고시생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임유진 기자 =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과 관련해 경직된 학생선발 과정과 입시전형 등 불공정 시비를 일으킬 요소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로스쿨 입시는 ‘학부 성적+외국어 성적+법학적성시험(리트·LEET)성적’ 등 정량적(定量的) 요소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의 정성적(定性的) 요소에 따라 이뤄진다. 일각에선 로스쿨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이 대개 비슷한 정량적 스펙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이 합격여부를 판가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의 경우 수치로 개량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로스쿨 입학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관한 의혹이 제기되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 “불투명한 입학과정…전형요소 통일시켜 공정성 개선돼야”


로스쿨 입학전형을 살펴보면 1단계 선발에서 3~7배수를 선발하는데 경쟁률은 3대 1정도 수준이어서 정량적 스펙이 당락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기 어려운 구조다. 2단계 선발에서는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하는 정성적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사실상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불합격자들 사이에선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적잖게 나온다.

주관적 평가가 강하게 작용하는 면접의 특성상 부정이나 청탁이 개입할 여지가 큰데다 외압이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해 학부 성적 등 정량적 점수가 월등히 높았음에도 로스쿨 입학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불합격자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학마다 학생선발의 배점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짬짜미 입학’이 가능한 구조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꼭 뽑아야 하는 학생의 스펙에 맞춰서 전형요소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맞물려 ‘로스쿨에 합격한 누구는 알고 보니 고위층의 자녀더라’는 식의 소문이 돌면서 부정 입학 의혹 등 ‘로스쿨 음서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의 한 국립대에서는 재직 중인 로스쿨 교수의 자녀 2명이 모두 합격해 면접 등 학생 선발을 둘러싼 특혜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지방대 로스쿨의 입시 과정에서 자교 학부 출신에게 지나친 가산점을 주거나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혹은 학교에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 면접 점수를 조정, 당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이 취재 과정에서 여러 건 발견됐다.

학점과 리트 성적 등 정량적 요소의 반영으로 학생선발 과정이 경직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점이나 리트, 영어성적은 직장인보다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갓 졸업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른바 명문대 출신일수록 정량화된 점수 획득에 강하다는 것이다. 또 학부 때 학점 관리를 못한 사람이나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은 로스쿨에 갈 수 없는 구조가 된다.

법조계에선 면접 비중을 ‘합격·불합격’을 결정짓는 요소로만 활용해 입학과정의 불투명성을 해소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로스쿨 교수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해 법조인으로서 지원자의 자질을 검증하고 부적격자를 걸러내도록 하는 최소한의 평가기준으로 삼자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리트가 법학적성평가로서 객관적이고 타당한지 회의적”이라며 “로스쿨 입시에서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면접이나 자소서 비중은 최대한 낮추고 객관적으로 평가가 가능한 학부성적 반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입학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선발 과정 역시 대대적으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로스쿨 입시의 전형요소가 너무 복잡하고,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맞춤형 입시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며 “면접 비중을 최소화하고 전형요소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단순화·통일화시켜 입학선발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법령상 ‘법학 지식을 평가해 그 결과를 입학전형자료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로스쿨 전형 과정을 규정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동욱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학부에서 법학 과목을 일정 부분 이수한다든지, 최소한 상식선에서의 법학 지식을 판단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정대학 및 저(低)연령대 편중…“다양한 법조인 배출 이념에 배치”

로스쿨의 특정대학 출신 및 저연령대 편중 현상도 로스쿨 도입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비판이 크다. 로스쿨은 공식적으로는 신입생 선발 시 나이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2015학년 전국 25개 로스쿨에 입학한 2084명 중 28세 이하 연령대는 68%에 달했다.

올해 로스쿨 입학생들의 연령을 살펴보면 26~28세 36.32%(757명)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23~25세 29.37%(612명), 29~31세 14.54%(303명), 32~34세 9.5%(198명), 35~40세 6.33%(132명) 순이다. 41세 이상은 1.59%(33명)에 불과했다.

앞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해 11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로스쿨들의 신입생 70∼80%가 20대”라며 “실질적인 나이 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로스쿨 입학생들의 특정대학 및 주요학과 편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창식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를 통해 제출받은 ‘2015학년도 로스쿨 입학자 현황’에 따르면 로스쿨 입학생 중 법학계열 출신은 917명으로 44.0%를 차지했다.

이 같은 로스쿨의 학생 선발은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갖고 있는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교육이념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로스쿨 도입취지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배출하려는 것”이라며 “합격자가 특정 대학과 주요 학과 졸업자에 편중되고, 수도권에서 사회 경험이 적은 나이 어린 합격자가 다수를 이루는 구조를 이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자칫 이러한 구조가 견고해지면 사회 경험을 쌓고 로스쿨에 입학하려는 지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현 선발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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