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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동료의원들과 함께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을 발의한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파리 테러 소식에 또다시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또다시 정말 야당에게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 의원이 발의한 테러방지법안 외에도 ‘국가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안’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에 관한 법안’ 등이 발의돼 있지만 ‘국가 권력의 오남용’을 우려하는 야당의 반대로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15일 본지 통화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UN에서 테러대응책을 입법권고할 정도로 테러 위험국가에 속해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대처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출국금지, 인터넷 사이트 차단, 사후조사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국가테러대책회의를 만들어 중앙행정기관의 대테러활동을 지휘하는 권한을 뒀고, 보좌역에 민간분야 전문가인 정보조정관을 두었다”며 “야당이 우려하는 국정원의 권력 남용을 차단하는 장치들을 단계별로 넣어두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테러방지 관련 법안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대테러방지법에서 정의하는 테러의 개념이 불명확하다”며 “초법적 감시 관리기구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이버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사이버 국가 보안법이 될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머리를 맞대 ‘1982년 훈령 체제’를 조속히 끝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정보보호대학원·대통령비서실 안보특별보좌관)는 “물리적 테러든 사이버 테러든 먼저 정보를 수집해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단 여야 논의를 거쳐 법을 만들고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여야 추천 위원들로 구성된 준법감시위원회가 상시적으로 감시하면 된다”고 제안한다.
안타깝게도 파리 시민들은 강력한 테러 방지 법안이 있음에도 화(禍)를 피하지 못했다. 그 화가 30년 전 훈령에만 기대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까지 삼키지 못하도록 국회가 답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