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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은 유치진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인 ‘토막’을 공연하고, 예술의전당은 마요르가의 연극 ‘맨 끝줄 소년’을 국내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국립극단이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선보이는 ‘토막’은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삶의 기반을 잃고 파멸해가는 한 가정의 비극이 이들의 삶의 터전인 토막(움막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하의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백미로 손꼽힌다.
가난한 농부인 명서네의 유일한 희망은 일본에 돈 벌러 간 아들 명수뿐이다. 하지만 명수는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종신형을 받고, 명서 부부는 아들이 살아 돌아오리라 믿지만 끝내 유골로 돌아온다.
작품은 일제 치하의 피폐하고 극악한 상황과 밑바닥 인생의 질긴 생명력을 사실적 필치로 그려냈다. 명서네의 몰락 과정은 결국 우리 민족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이 작품은 식민지 현실을 고발하는 동시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는 인간의 근본을 성찰한다.
소시민의 삶과 시대적 고민을 함께 담는 작업에 주력한 연출가 김철리가 연출을 맡아 현대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예술의전당은 내달 10일부터 12월 3일까지 자유소극장에서 ‘맨 끝줄 소년’을 초연한다.
이 작품은 2006년 스페인 작가와 출판인협회 회원들이 선정하는 ‘막스상’을 받았다. 국내에는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 ‘인 더 하우스’(In The House)로 먼저 소개됐다.
학생들이 제출한 작문 과제를 채점하던 고등학교 문학교사 헤르만은 제대로 된 문장 하나 구사하는 학생이 없다는 생각에 절망한다. 그러다 항상 조용히 맨 끝줄에 앉는 소년 클라우디오의 과제에서 희망을 본다. 마치 한 편의 소설 같은 클라우디오의 과제에는 같은 반 친구 라파의 가족에 대한 수상하고 위험한 욕망이 담겨 있다. 헤르만은 그 내용을 더 발전시키길 원하는 마음에 클라우디오의 개인 교수까지 자처하며 소설의 완성을 돕는다. 그러나 클라우디오는 더 매력적인 소설을 쓰기 위해 위험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나가고, 헤르만은 그런 클라우디오를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내용이다.
‘먼 데서 오는 여자’ ‘하양앵두’ ‘착한사람, 조양규’ 등을 선보인 연출가 김동현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이전에도 ‘다윈의 거북이’ ‘영원한 평화’ ‘천국으로 가는 길’ 등 후안 마요르가의 작품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