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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명품 아파트’를 원한다면 ‘만드는 사람’을 우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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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5. 09. 09. 06:05

심규범사진
심규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건설은 사람이 재산’이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경험을 체화한 사람이 가장 소중한 자원이라는 뜻이다. 건설 분야에서는 이말이 더욱 절실하다. 똑같은 건설현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동일한 기능이더라도 생산물의 종류, 현장이 처한 온도·습도·풍속 등 기후 조건, 자연에 노출된 자재의 상태, 토질·경사도 등에 따라 달리 활용돼야 한다. 다양한 생산물과 작업 조건에서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온전한 숙련 형성이 가능하다. 그러니 명품 아파트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오랜 경험을 체득한 숙련인력이다. 설계가 정교해도 품질과 안전은 결국 만드는 사람의 손끝에서 결정된다.

여기에 결합돼야 할 또 하나의 요소가 바로 ‘자발적 헌신성’이다. 사람이라는 생산요소에는 가변성이 존재해 신바람이 나느냐 또는 짜증이 나느냐에 따라 자신의 능력이 150% 이상으로도 50% 미만으로도 발휘될 수 있다. 아파트 현장에서의 작업은 분산된 수직·수평의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만드는 사람에 대한 엄격한 관리·감독이 어렵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정성이 아파트의 명품 여부를 결정짓는다.

국내 현장의 실상은 어떠한가? 만연된 임금체불, 빈발하는 산재, 악화된 근로조건, ‘노가다’라는 천대, 그 결과 10명 중 8명은 40대 이상으로 고령화돼 숙련인력의 대가 끊기고 있다. 빈자리를 저임금의 불법취업자가 대신하지만 이들은 대개 숙련도가 낮고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다. 이러한 현장에서 만든 아파트에서 물이 새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독일의 건설현장으로 가보자. 공고생으로부터 체계적으로 숙련인력을 육성해 마이스터로 키우고, 기능인력의 80% 이상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중산층의 임금을 지급한다. 최정예 숙련인력으로의 육성과 그에 걸 맞는 대접을 통해 자발적 헌신성을 유도함으로써, 안전과 품질 그리고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아울러 확보한다. 청년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마이스터를 꿈꾸며 당당하게 현장을 선택한다. 그 배경에는 낙찰자 선정과정에서 ‘만드는 사람을 중시’하는 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 발주자는 자신이 원하는 우수한 생산물을 시공한 건설업체 몇 개사를 가려내고 ‘그 생산물을 만들 때 참여했던 사람이 내 것을 만들 때도 참여해 줄 건가요?’를 묻는다. 시공능력의 핵심이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우수한 숙련인력을 육성하고 꼭 붙들어 두는 것이 수주 전략의 기본이다. 독일의 세계적 명품들이 만들어지는 공통적 이유는 ‘만드는 사람을 대접한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오랜 경험을 체득한 기능인력을 ‘기능마스터’로 대접하며 명품 아파트 생산을 천명한 시도가 있다. 아직은 일부 숙련인력에 국한돼 있지만 그 효과는 주목할 만하다.

진정 명품 아파트를 원하는가? 만드는 사람을 우대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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