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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나침반이 가리키고 있는 곳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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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 기자

승인 : 2015. 07. 30. 05:00

준비된 인생2막 위해 교육에 매진 중인 김태형 씨.
인터뷰4-김태영 1
사진=한수진 기자
장대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7월 25일 토요일 오후. 구로에 위치한 노사발전재단 서부센터를 찾았을 때는 주말이여서 그런지 적막함이 감돌았다. 그런데 건물 안으로 헤집고 들어간 강의실에는 35명이 넘는 중장년층의 사람들로 빼곡했다. 바깥 날씨와는 상반된 활기찬 기운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생애경력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갖고 이는 경력자산이 무엇인지 도출하고자 모인 ‘장년나침반 생애설계 프로그램’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3년 후 희망하는 명함’이란 주제로 발표가 한창인 가운데 인생 2모작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주말도 반납하고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인 김태형 씨(56)도 만날 수 있었다. 어떤 희망 직함을 적었냐고 물으니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50대 퇴직자들의 인생설계를 돕는 전문 카운슬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30년 군 생활 퇴직…숨겨진 적성·자기계발 위해 나서
“퇴직은 어차피 기정사실화된 문제잖아요. 현실을 인정하고 퇴직 이후에 대한 삶을 위한 준비를 부지런히 해야 올바른 판단을 할 거라고 생각해 틈틈이 관심분야의 교육이나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시간투자를 하고 있어요. 당장 몸은 힘들어도 유익한 정보와 다양한 간접경험이 인생2막을 계획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요. 꿈이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에 임하고 있죠.”

김 씨는 30년 넘는 군 생활을 정리하고 2013년에 전역했다. 직업군인이란 특수한 이력 때문에 재취업을 한다거나 사회에 나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에 부담감이 컸다. 퇴직을 앞둔 대상자들을 위한 자체 교육에 참여했지만, 자진 퇴직을 신청해 2~3년 동안 차근차근 준비한 동료들과의 벌어진 차이를 확인하고 오히려 초조함만 커질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승진이 좌절되면서 급작스럽게 퇴직을 하게 된 케이스라 자기계발은커녕 마음의 준비조차도 안됐던 상태였기 때문.
자투리 시간 쪼개고 주말반납하며 시간투자
“일단 무엇을 하고 싶은지, 관심분야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 먼저였지요. 군 생활과 일반 조직은 너무 다른 환경과 문화가 존재하는 만큼 이 틀을 깨는 게 중요했어요. 근무시간 외의 저녁 시간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필요한 교육이 있다면 찾아다니고, 상담도 진행했어요. 보통은 골프나 등산을 하며 여가생활을 보내곤 했는데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더라고요.”

정신없이 지내는 동안 퇴직을 맞이하게 됐다. 깊은 상실감으로 인해 심적인 어려움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의 따뜻한 위로 속에 점차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자기계발을 통한 배움은 이어졌다. 여러 다양한 업종의 사람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고민을 들어주고 연륜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일이 잦아지며 관련 업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렇게 찾은 것이 바로 카운슬러다. 적성도 맞는데다 경력자산적 측면에서도 상담하는 일이 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전문가 교육에 참가했고 수료과정을 마쳤다. 지금은 서울시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 생애설계지원사업단 50+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아직은 인턴의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배우는 중이에요. 점차 전문성이 길러지면 상담양도 많아지게 되겠지요. 퇴직하기로 결심을 하던 때는 공공기관을 포함해 사설 학원들도 많이 섭렵했어요. 은퇴 후 설계를 구성하기 위해선 나를 찾는 과정이 필요했으니까요. 그러다 과대광고에 속은 경우도 있었어요. 유명 강사의 이름을 걸어 수강생을 모집하고 나서는 부실한 커리큘럼과 형식적인 교육으로 때우더군요. 거기다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죠. 당시엔 성실히 과정을 이수하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퇴직자를 위한 맞춤 카운슬러로 변신…인생2막 신호탄
그러던 중 군인으로 재직할 시에 부하직원을 통솔하고 수사과에서 여러 문제해결을 해왔던 경험과 수준급의 보고서 작성의 장점을 인정받아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공 기관 연구원 모집에 응시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김씨가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미리미리 퇴직 후를 대비, 새롭게 찾은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고 안정성이 보장되는 일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에 주말까지 공부에 매진 중이다.
인터뷰4-김태영3
김태형 씨가 지난 25일 노사발전재단 장년나침반 생애설계프로그램 교육을 끝마치고 수료증을 받고 있다.
“50세 이상 재직자를 위한 장년나침반 생애설계프로그램을 신청한 계기는 주변의 추천 때문이었어요. 미래를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방법을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줄 거라고요. 더불어 비슷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과의 유대감과 정보도 공유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주말 강의를 들으러 왔죠. 새로운 사실들을 또 배워가는 재미있는 여정이었어요.”

그는 현재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도 계획 중이다. 퇴직을 앞둔 사람들에게 정확한 직업 정보와 방향을 제시해 주려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여건과 체력안배를 고려해 시간적 여유를 뒀다. 마음속에 있던 버킷리스트도 하나씩 실천해 나갈 거란다. 와이프의 오랜 꿈인 단독주택을 짓는 거, 고향에 내려가 어려운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꾼으로 활동하는 것 등 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입니다. 인생목표를 다시 설계하고 단기적·장기적 계획을 따로 세워 클리어시키는 과정을 거듭하다보면 행복한 노후를 맞게 될 테니까요. 제2의 꿈을 찾은 지금 순간이 매우 행복하고, 다가올 100세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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