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 봉합 안돼… 여름휴가 이후 파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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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조선 빅3가 일제히 2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오는 29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2분기 실적발표와 기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사상 최악의 적자가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은 다음달 14일로 예정됐던 실적발표를 이번 주로 당긴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대우조선이 2분기 3조원이 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삼성중공업의 경우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점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7분기 만에 적자에서 벗어날 것이란 예측들이 많았지만 연속 적자에 대한 시각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 예측이 어렵다.
업계에선 대규모 적자로 비상이 걸린 조선업계가 위기를 내부에서 키웠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우조선의 적자는 미경험 프로젝트들의 대거 수주와 설계 및 공정상 오류로 인도일이 지연된 것이 손실 증가의 배경 중 하나다. 설계를 담당할 엔지니어링 기술을 갖추지 못한 국내 조선업계가 의욕만으로 무리한 수주에 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분기 실적도 같은 이유로 해양플랜트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털어낸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 사례로 기록됐다.
일단 공사를 따내기 위해 플랜트 인도일에 맞춰 계약금 대부분을 납부하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했고 ‘자산’으로 인식하는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금액도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유동성에도 문제가 생겼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전반이 내부적 부실을 인식하면서도 과도한 수주 경쟁에 열을 올린 결과”라며 “경기 침체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작금의 사면초가 형국은 조선업계가 자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팀으로 움직여야 할 사측과 노조는 대립 중이다. 조선 3사는 모두 여름 휴가 전 노조측과의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협상은 모두 여름 휴가 이후로 미뤄졌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전방위적 체질개선에 들어가며 노조와의 갈등이 고조됐고 최근 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93%의 찬성으로 파업이 결정됐다. 노조는 여름휴가를 보낸 이후 사측과의 협상을 좀 더 지켜보고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조원 부실을 털어내야 할 대우조선 역시 사장과 임원들까지 나서며 백의종군 자세로 임할 것을 결의했지만 노조와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노조는 기본급·복지기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고 사측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어필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노조가 따로 없는 삼성중공업은 지난 20일 기본급 동결과 일시금 4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회사안이 제시됐지만 노동자협의회 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한마음으로 움직여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갈등이 고조 되고 있어 문제”라며 “조선업계가 경기침체 위기를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선 내부의 사업·재무구조 개선과 노조 갈등 봉합이 최우선”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