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차분한 방역과 대응 중요”
우선 정부의 초동 대처 실패가 메르스 사태 조기 진화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날은 지난달 20일이다. 의학적으로 1번 환자 발생은 국내에서 희귀한 사례였기 때문에 최초 전파자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면밀한 추적관찰을 진행해야 했지만, 보건당국은 허술한 역학조사로 사태를 키우고 말았다.
이는 방역 실패와 안이한 대응으로 이어졌다. 보건당국은 1번 환자와 밀접접촉자 범위를 좁게 잡았고, 이는 감염 환자 상당수가 다른 병원을 거치면서 환자 수 급증의 원인이 됐다.
보건당국의 뒤늦은 정보 공개도 화를 자초했다. 보건당국은 ‘시민들에게 과도한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병원명 공개를 거부했다. 명단 미공개는 결과적으로 메르스 공포감을 확산시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괴담을 양산하는데 일조했다.
이미 메르스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 뒤 이뤄진 정부의 메르스 병원명단 공개는, 뒤늦은 대처였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메르스 확진자 발생 병원과 경유 병원 명단에서 일부 오류가 발견되면서 신뢰를 잃은 정부에 대한 비난 목소리를 더욱 커졌다.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은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해,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가 제일 중요했는데 이 부분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국민 우려를 막기 위해 병원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걷잡을 수 없는 메르스 공포로 이어졌단 얘기다.
한국 특유의 병원문화도 전염병의 확산을 키우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다인병실에 여러 환자들이 입원해 감염예방통제 조치가 미흡하다는 점을 메르스 확산 원인으로 꼽았다. 환자들이 여러 의료시설을 돌아다니는 ‘의료쇼핑’ 문화, 간병인이 병실에 상주하는 시스템, 병문안객의 면회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한국의 의료문화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메르스 확진자 165명의 감염경로 분석 결과, 병원 입원 또는 환자가 77명으로 가장 많았다. 환자 가족이나 가족 외 문병 등 방문객이 53명, 병원 종사자가 30명을 차지해 이를 뒷받침했다.
권덕철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초동대처를 못한 것은 맞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구조와 문화가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고 본다”면서 “정부가 병인과 보호자들이 통제되지 않는 병원 문화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철저한 방역과 차분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격리 및 확진환자의 일탈행동과 메르스 공포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영훈 경제실장은 “정부의 초동 대처가 분명히 잘못됐지만 메르스의 위험성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면서 “메르스 사태로 인해 내수 경제 타격 등 경기가 위축되면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단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