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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구본준 부회장 아들 회사 지흥… 車 전장부품 눈독 들이다 ‘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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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기자

승인 : 2015. 06. 19. 05:00

애타는 지흥
내부거래 규제로 계열사 지원 줄자
실적악화 계속, 신사업으로 눈돌려
재무구조 개선 노려
시큰둥한 관계사
자동차 온도센서로 수익기반 탄탄
타 분야로 사업 확대할 필요 없어
지흥재무구조안정성비율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장남이 소유한 회사 지흥이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계사인 자동차 온도 센서 업체 동양센서가 지흥의 사업 참여 요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흥은 정부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로 계열사 지원에 의존할 수 없어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분을 상당수 보유한 동양센서의 참여 반대로 자동차 전장 사업을 강도 높게 추진하는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전장 부품이란 기계식으로 진행되는 기능 등을 전자 장비화하는 부품으로 구 부회장이 세계적 자동차 업체 경영진과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신사업이다.

지흥은 구 부회장의 장남 구형모 LG전자 대리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로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제조 및 판매 업체다. 이 회사는 동양센서의 지분 16.83%를 소유하고 있지만, 자동차 전장 사업 미참여 등을 이유로 동양센서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도 센서 잘 되는데 전장에 왜 진출하냐?”

김종권 동양센서 대표이사는 17일 “지흥 측에서 그간 우리 회사에 꾸준하게 자동차 전장 사업 투자(진출)를 요구했지만 거절하고 있다. 오늘 오전에도 지흥 측과 전장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며 “동양센서는 자동차용 온도 센서 사업으로 이미 수익 기반을 마련했는데 굳이 전장 사업에 진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동양센서가 자동차용 온도센서 사업으로 실적이 좋아지는 만큼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는 온도센서 사업으로 충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표 관계사인 동양센서가 의견을 달리해 지흥이 전장 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동차 전장 부품 분야는 그룹에서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정하고, LG전자와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확대 추진하는 신사업이다.

특히 구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15’에서 디터 체체 다임러 벤츠 회장 등을 만나 이 사업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구 부회장은 당시 기자들에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들과 전장부품 수주를 늘리기 위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올해 자동차 부품 사업본부(VC) 연구개발(R&D) 인력을 대폭 늘리는 등 해당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현재 20여 종의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을 하는 LG이노텍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흥의 전장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전장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 사업을 수직계열화하려는 그룹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그룹 차원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흥의 경우 관계사 투자 설득에 실패해 동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흥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 사업은 내부적으로 아직 알려지지 않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흥, 구체적인 사업 그림 제시하지 않아”

지흥이 자동차 전장 분야 진출을 모색하는 건 자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시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기존 디스플레이용 광학 필름 사업이 실적 악화를 초래한 데다 주 수익원인 계열사 내부 거래도 정부 규제 강화에 따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맞물리면서 LG화학, LG이노텍, 동양센서 등과의 지흥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2년 20.2%에서 지난해 10.9%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지흥은 구 대리가 2011년 지분 전량을 사들인 후 계열사의 대대적 지원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했지만 내부 거래 비중이 축소되면서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흥은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전년보다 72.3% 급감한 1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0억 원대지만,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242억 원에 달한다. 외환은행으로부터 건물 등을 담보로 115억 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지난해 차입금 의존도는 기업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가 정한 기준치(25.64%)의 2배 가까운 47.43%다. 기업 일반보다 차입금에 배로 의존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지흥이 자동차 센서 업체인 센시스의 지분 45%를 취득한 것도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으로 사업을 확대해 실적 개선을 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다만 지흥 관계자가 “은행 차입금은 신사업 추진이나 사업 전략 변화를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해 수익 구조 다변화 시도는 아직 초기 단계로 분석된다. 김 대표는 “지흥이 어떤 사업을 논의시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흥을 소유한 구 대리는 지난해 4월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LG전자 경영전략 부서에 입사해 본격적인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구 대리가 향후 지흥의 지분을 기반으로 계열사 전반에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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