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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수장인 현직 공참총장이 재임 중에 각종 의혹에 휩싸여 국방부 감사를 받고 ‘엄중 경고’ 조치를 받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명예를 중시하고 명령을 생명으로 하는 군 위계 질서에서 최고 수장이 도덕성과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어 최 총장이 앞으로 공군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의문이다.
특히 군 안팎에서는 이미 최 총장이 공군의 수장으로서 리더십과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어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는 공군 수장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날 고강도 공직 기강과 개혁을 위한 ‘황교안 국무총리 카드’를 꺼내 들어 주목된다.
국방부는 이날 최 총장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를 통해 “최 총장이 예산집행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고 관용차의 사적 사용 금지 규정 등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예산의 중복 투자 등 소관 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자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현역 공군참모총장이 이례적으로 엄중 경고 조치를 받으면서 앞으로 적지 않은 지휘 부담을 안게 됐다. 일각에서는 면죄부를 준 ‘셀프 감사’ 논란까지 일고 있어 앞으로도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국방부 감사 결과를 보면 공군은 2013년 12월 7억6500만원을 들여 충남 계룡대의 공군본부 총장실을 2층에서 4층으로 이전하는 1차 공사를 했다. 하지만 최 총장 취임 이후 1억8900만원을 들여 또 보완공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1차 공사 때 이미 시공했던 부분을 다시 시공해 1400여만원의 예산을 중복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11월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사로부터 기증받은 F-35 모형을 올해 초에 2차례에 걸쳐 4094만원을 들여 공군 마크와 지휘부 조직도를 포함해 설치하며 1999만원의 예산을 중복으로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총장의 부인도 군 공식 행사와 사적 목적으로 서울 공관에서는 주 1~2차례, 계룡대 공관에서는 월 1~2차례 가량 관용차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총장의 아들도 홍대 부근의 업무 거래처 등에 가려고 10차례 걸쳐 관용차를 불법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 7월께 최 총장의 부인이 출산을 앞둔 딸의 집을 찾았을 때도 운전병에게 도움을 청해 커튼을 달며 사적으로 병사를 이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수의 장교까지 최 총장 관사의 애완견을 진료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나온다.
최 총장이 공군 10전투비행단 단장 재직 시절 370여만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다”면서 “당시 외압에 의해 공군 고등검찰부 수사가 중단됐다고 볼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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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총장은 국방부 감사 결과에 대해 “본인 가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그 경위가 어찌되었든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깊이 반성하고 가족 모두 앞으로 처신에 각별히 주의할 것”이라고 몸을 잔뜩 낮췄다.
최 총장은 “이번 국방부 감사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지적 사항에 대해 시정 보완해 나가겠다”면서 “공군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리더십을 재점검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앞으로 공군이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영공 방위의 주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성원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총장의 사과와는 별개로 군 안팎의 여론은 따갑기만 하다. 국방부의 이번 감사가 ‘면죄부 감사’라는 지적까지 거세게 일고 있다.
이번 국방부 감사 결과 사실로 확인된 최 총장 본인의 비리는 1994년부터 2006년까지 과천 관사를 사용하며 1998년 말부터 2000년 초에는 비행대대장 관사도 써 관사의 ‘이중 사용’에 해당한다는 점이 사실상 전부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 감사관실은 최 총장에게 ‘부주의’와 공군복지단의 ‘관사 관리 소홀’ 탓으로 돌렸다.
이번 감사관실이 내놓은 감사 결과는 그동안 언론과 시민단체가 이미 제기한 의혹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다. 새로운 비리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보다는 기존 의혹만 조사하는 데 집중한 소극적 감사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국방부가 사실상 ‘면죄부 감사’, ‘셀프 감사’ 결과를 내놓음에 따라 최 총장의 비리 의혹으로 인한 공군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 총장은 군 안팎의 잇단 투서로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도덕성과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이를 방치하던 국방부가 뒤늦게 ‘셀프’ 감사에 착수했지만 결론적으로 공군과 최 총장의 해명에 가까운 ‘면죄부’ 감사 결과를 내놓음에 따라 적지 않은 후폭퐁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