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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머피의 법칙 vs 샐리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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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5. 05. 04. 10:36

[김형태 칼럼] 시선과 기억, 행복보다 불행에 고정, 착각...법칙에 의존치 말고 삶 주도적으로 살아야
김형태
김형태 한남대 총장
‘배가 아플 것이다, 설사가 날 것이다’고 계속 생각하면 멀쩡한 사람도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 반복해서 자기 암시를 주면 몸이 생리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심신상관론’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바꾸어 ‘건전한 정신에 건강한 신체가 깃든다’고 해도 별로 다르지 않다.

‘머피의 법칙’은 1949년에 미국의 항공기 엔지니어였던 에드워드 머피 대위가 발견한 우연의 법칙이다. 1949년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있었던 충격완화장치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 한 기술자의 사소한 배선실수 때문이었다. 그때 현장에 있던 머피가 “뭔가 잘못될 수 있는 일이라면 틀림없이 누군가 그 잘못을 저지르고 마는군!”이라고 한탄했다.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어김없이 잘못된다’는 것이다.

나쁜 일은 꼭 겹쳐서 일어난다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의 법칙과도 관련된 것이다. “공부를 안 하면 몰라서 틀리고, 어느 정도 해 놓으면 헷갈려서 틀린다”는 말도 비슷한 경우다. 이런 종류의 법칙들이 더 있다. 가령 ①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일수록 더 잘 일어난다(겁퍼슨의 법칙) ②지난 이사 때 없어진 것이 이번 이사할 때 나타난다(질레트의 법칙) ③펜이 있으면 메모지가 없고, 메모지가 있으면 펜이 없다. 메모지와 펜이 모두 있으면 적을 것이 없다(프랭크의 메모 불가사의법칙)

④찾지 못하던 살림 도구는 새것을 사고 나면 어디선가 눈에 보인다(마퀘트의 일요목수 제3법칙) ⑤전화번호를 잘못 눌렀을 때 통화 중인 경우는 거의 없다(코박의 전화법칙) ⑥마음속으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하면 꼭 안 하던 실수를 한다(마인스의 하트법칙) ⑦집에 가면서 먹으려고 생각한 초콜릿은 꼭 쇼핑백의 맨 밑바닥에 있다(쇼핑백의 법칙) ⑧라디오를 틀면 언제나 가장 좋아하는 곡의 마지막 부분이 흘러나온다(홀로위츠의 법칙) 같은 것들이다.
정말 이런 현상을 ‘법칙’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까는 검토대상이다. 사실 모든 일의 발생빈도에는 50%의 확률을 가지고 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각각 50%씩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늘 좋은 일만 계속되지도 않고, 나쁜 일만 계속 겪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왜 나쁜 일만 계속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되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관심과 시각이 나쁜 일과 불행한 쪽에 고정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더 충격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이 더 오래 기억되는 것과도 유관하다.

온종일 동물원을 돌며 여러 가지 동물을 보았지만, 집에 와서 되돌아보면 사자나 호랑이, 악어나 뱀 같은 것을 본 기억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반대로 잘 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항상 잘 된다는 ‘샐리의 법칙’도 있다. ‘샐리의 법칙’은 1989년에 롭 라이너 감독이 만든 미국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계속 좋지 않은 일들이 계속되지만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여주인공 샐리 이야기에서 발상된 것이다.

시험 당일 아침에 발등에 떨어진 책을 집어 올리다 우연히 보게 된 문제가 실제 시험에 출제됐다든지, 지각이라 혼날 줄 알고 조심스럽게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선생님이 아직 오지 않으셨을 때, 버스를 타려고 힘껏 달렸는데도 만원 버스가 떠나버려 낙심하고 있는데 바로 뒤이어 같은 방향의 버스가 빈 좌석이 가득한 채 도착했을 때는 샐리의 법칙이 통하는 경우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려보면 내가 탈 버스는 항상 제일 늦게 도착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기다릴수록 더 늦게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버스가 빨리 왔을 때의 유쾌한 기억보다 늦게 와서 애타게 기다렸던 기억이 더 짙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선과 기억은 행복보다 불행에 더 고정돼 있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보다는 불평불만을 더 많이 하고, 10번 잘하다 1번만 잘못하면 잘한 것이 모두 허사가 돼버리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불행의 원인자라고 생각해 가는 곳마다 문제가 생기고 다툼이 일어나고 사고가 발생한다고 믿어 자기가 빠져 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법칙을 믿지 말자. 실제로 그런 법칙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이 행복보다는 불행, 기쁨보다는 슬픔, 보람보다는 아픔 쪽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착각에 불과한 것이다. 미신에 의존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삶을 이끌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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